브런치 작가님들, 존경합니다

언젠가는 대하드라마 길이의 글을 쓸 수 있을 때를 바라며

by 서희


오늘 카카오톡을 슥 올려보다가 2021년 9월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링크를 저장해둔 것을 발견했다. 잊고 있었다.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무려 4년 전쯤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니 새삼 신기하다.


당시 상황도 조금씩 기억 났다. 지인이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블로그처럼 누구나 가입하면 글을 쓸 수 있는 줄 알고 이것 저것 물어봤었다. 알고보니 무작정 쓸 수 있는건 아니었고, 심사를 거쳐 통과해야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대단한 결심 없이 그냥 도전해봐도 됐을텐데 당시엔 그런 자격 심사 과정에 주눅이 들었는지 시도조차 안했다. 떨어지는게 두려웠던 건지, 어떤 글을 써야할지 생각이 없었던 건지 모르겠다. 둘 다인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브런치를 마음 한구석에 쳐박아 놓고 살았다. 지인이 연재하는 글은 계속 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글솜씨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놀라웠고, 그 꾸준함에도 존경스러웠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난 요 근래 "그래 떨어지면 떨어지지 뭐~" 가벼운 도전정신으로 브런치 작가에 신청했고, 물 흐르듯이 운 좋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부터 "글을 쓰고 싶어," "글을 업으로 삼으면 멋있겠다" 하는 생각은 살면서 많이 했다. 마치 하루만에 글을 잘 쓸 수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것처럼 요행을 바라며, 글쓰기 특강 같은 책도 한번씩 본다. 세상엔 왜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들이 많을까, 그래 글쓰기는 결국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며 스스로에게 핑곗거리를 주기도 한다.


그러다 요새 든 생각이 좀 달라졌다. 이 생각 덕분에 브런치 작가를 용감하게 신청했다. 글을 잘 쓰는 기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문장에 더 적합한 단어를 사용하면 표현이 더 잘 전달될 것이다. 그리고 비문이 적은 문장이 읽기에도 눈이 편안할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이것이 먼저인 것 같다. 내가 담고자 하는 이야기의 목적이 있는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스킬은 그 이후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면서 나의 주된 목적은 불특정 타겟들의 공감이었다. 어떤 이들은 내 이야기를 보며 '내 삶이 이것보단 좀 괜찮지' 하고선 어깨를 으쓱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나만 그런게 아니네' 위로를 얻어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대단한 것이라곤 하나 없는 평범한 내용이고, 사실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삶의 내용이라도 각자가 해석하는게 다르고, 나만의 고유한 언어로 풀어내면 세상 유일한 스토리이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글을 쓴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한가지 느낀 점이, 소위 대박난 글 하나 쓰는 것보다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이 대단하다는 것. 꾸준한 글은 부지런한 의지력과 바닥나지 않는 주제선정의 성공적인 콜라보 아닐까. 아무리 일상의 이야기라도 정말 모든 일상의 조각들이 소재가 되는 것은 어렵다. 너무 사소해서, 혹은 너무 개인정보가 노출될까봐서, 너무 통찰력이 없어보일까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선정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원래의 목적대로, 현재 내 삶이 지나가는 딱 이 지점에서 일어나는 주위의 소소한 이벤트들이 주된 컨텐츠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글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싶다, 그리고 조금 더 큰 세계관을(픽션의 세계관)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들이 꼬물꼬물 올라온다.


아쉽게도 그러기엔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했다. 조금 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그 긴 글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세지가 부족하다. 시간이 지나고 글이 더 단단해진다면 하나의 주제로 연재글을 도전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단계적으로 글의 호흡을 늘리고 싶다. 그래서 이왕 브런치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는데, 우선은 이것 저것 많이 시도해볼 계획이다. 잉크 값도 들지 않는데! 글의 스타일이나, 컨텐츠나, 다양하게 맘껏 쾅쾅- 발행해봐야겠다.


(라이킷 수 적다고 자격박탈 당하거나 하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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