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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Feb 01. 2023

편집이 다 망친 드라마

부도연 후기


중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여러모로 아쉬울 때가 많다. 단지 조악한 CG 등 퀄리티의 문제는 아니다. 검열 탓에 멀쩡했던 스토리, 인물 관계등이 어색해 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우리 나라에서 만들었으면 더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싶었던 작품 또한 꽤 있다.                     


< 창란결 >로 소위, 대박을 친 배우 '왕허디'의 차기작, < 부도연 > 또한 마찬가지였다. 줄거리를 들었을 때는 설레기 까지 했다. 소정사 태감과 측비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라니, 클리셰이지만, 또 그 만큼 맛있는 장르도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중국 드라마이든, 한국 드라마이든 '환관'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 작품은 많지 않다. 아마 신체적 결함 때문일 터. 하지만 그 특수성이 작품의 발목을 잡을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 부도연 >은 발칙하고도 아슬아슬한 매력이 간판인 작품이다. 천한 '노비'에 불과한 주인공이 왕후고, 측비고 다 후리고 다니면서 궁을 발칵 뒤집어 놓는, 여자고, 남자고 할거 없이 억압되어 있는 시대상을 비판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두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초탁'은 결코 선하면 안되는 인물이다. 도덕적 잣대를 시험하는 것이 극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검열은 그것이 아무리 과거의 것이라 할지라도, '선'을 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개혁은 물론이고, 후궁들의 암투나 복수를 다루는 것조차 제한되니 말이다.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 영화 등의 영상 매체가, 결국에는 '수용' 하는 것을 메시지로 하며, 체제를 뒤집는 대신, 개인이 희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어떻게 보면, < 부도연 >은 애초부터 방영 되서는 안되는 작품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던 제작자들은 광총의 눈을 피할 기적적인 속임수를 생각해 냈고,


그것은 다름아닌 편집이었다.


키스씬은 물론이고, 두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을 맞는 그 모든 주요한 장면들이 잘려나갔다. 금지된 연인간의 사이를, 진지하거나, 또는, 발칙한 분위기로 묘사하는 대신, 코믹한, 젊은 이들의 치기와 같이 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초탁'은, '선'을 넘는 노비가 아닌, 단지, 한 여인을 사랑했을 뿐인 충실한 신하로 묘사되었다. 그는, 끊임없이 무능한 군주에게 충성하며, 제 앞길도 보이지 않는 주제에 백성을 걱정한다. 인물 자체가 한순간에 지루해 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찾아 보니 동북공정 논란도 있는데, 어울리지 않는 망건을 굳이 굳이 입혀 놓은 걸 보면...아마 그것도 방영하고자 했던 몸부림이 아닐까...고생했을 제작진들이 짠해진다. )


작품의 본질과 표현 방식간에 괴리감은 개연성을 망가뜨린다. 제작진들이 광총의 눈을 피하려 애를 쓰면 쓸수록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워진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우리 나라가 감사해 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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