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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Feb 04. 2023

낭만을 쌓아간다는 것은

치아문 단순적 소미호 후기


청춘 로맨스의 교과서 라고도 할 수 있는 드라마, < 치아문 단순적 소미호 >는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낭만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두 주인공이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하기까지의 일대기를 따라 정말 아름다웠던 누군가의 청춘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고찰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여주인공, 천샤오시가 장천을 왜 좋아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잘생기고, 키가 크고 공부를 잘 하기는 하지만, 둘은 소꿉 친구 사이가 아니던가. 어렸을때 부터 봐온 남자를 이성이라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장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둘의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장천은 무뚝뚝하고 현실적이며 감정을 표현하는데에 서툰 반면, 천샤오시는 장천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연연할 정도로 예민하다. 하지만 눈치가 빠르지는 못하여 은근하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장천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다. 장천은 그런 천샤오시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에 종종 서운함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연인으로서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서브 남주인 우보송의 경우에는 항상 천샤오시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킨다. 그녀가 웃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설령 장천과 천샤오시, 그 둘을 연결해 주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서슴지 않는다. 장천이 다른 여자랑 포옹하고 있는 장면을 보지 못하도록 가려주는 장면은, 정말이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말에 가까워진 즈음 깨달았다. 우보송은 결코 끼어들 수 없는, 장천과 천샤오시 간의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장천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일을 하러 도시로 떠난 어머니로부터 떨어져 홀로 자랐다. 외로움은 타지 않았다. 하소연 해봐야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일 터. 하지만 혼자인 줄만 알았던 그 모든 순간, 장천의 곁에는 천샤오시가 있었다. 밥을 제대로 해 먹지 않는 그를 위해 아침을 사다 주고, 등교도, 하교도 함께 했다. 따분할 즈음에는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와 쫑알쫑알 떠들어댔다. 비로소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장천은, 더 이상 천샤오시 없이는 살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천샤오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유치원부터 쌓아온 그 모든 기억에는 장천이 있었고, 어딜가나, 무엇을 먹나 그의 생각이 났을 것이다. 결국, 그 둘이 평생을 함께 하게 된 것은, 젊은 날 한 순간의 쾌락이 아닌, 함께 쌓아온 낭만의 순간일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유달리 전학을 많이 다녔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했으며, 조금이라도 친해졌다 하면 다시 떠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친하다고 할 수 있는 몇 몇의 친구들은, 학교를 함께 다닌것과 더불어 헤어지고 나서도 꾸준히 서로에게 들였던 연락과 시간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나도 언젠가 내 삶의 한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길 바란다. 그리고, 그와 함께 쌓인 시간이 낭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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