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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변태 Feb 06. 2024

열매인가, 씨앗인가

나자식물은 우리말로 하면 겉씨식물로, 밑씨가 씨방 안에 있지 않고 드러나 있는 식물입니다.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씨앗이라고 부르는 종자가 사람의 육안으로 관찰될 만큼 밖으로 노출돼 있죠. 남산 위의 소나무, 가을의 상징 은행나무, 살아있는 식물화석 소철 등이 모두 나자식물입니다.




그런데 여기, 침엽수와 구과식물을 비롯한 나자식물이 과연 정확한 명칭으로 불리는지 의문을 가진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중 전북대학교 성은숙 교수는 나자식물의 한국어 용어에 주목했습니다. 



우리는 과연 나자식물에 적합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는지를요.


성은숙 교수는 지금까지 ‘나자식물(Gymnosperm)’의 한국어 용어가 나자식물이 마치 꽃 피는 식물인 것처럼, 나아가 열매를 맺는 식물인 것처럼 오해하게 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잎이 뾰족한 바늘 모양이며 솔방울 모양의 종자를 만드는 나자식물을 몇몇 식물 전문가들과 전문 서적에서는 ‘구과식물’(Conifer, 球果植物)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구과(球果)’를 풀이하면 ‘둥그런 열매’라는 의미인데, 나자식물에는 열매가 달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열매로 알고 있는 것은 사실 ‘종자, 즉 씨앗’이죠.





그렇기에 성은숙 교수는 나자식물에 올바른 한국어 용어를 붙여 준다면, ‘종구식물(種球植物)’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종자(種子)가 있는 구(球)’라는 의미로, 나자식물이 갖는 생식 구조를 더욱 정확하게 표현한 용어이죠. 또한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는 ‘소나무류와 편백류’를 총칭하는 의미로서 ‘송백류(松栢類)’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다고 제안합니다.





나자식물이며 구과식물이며 송백류이며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언어는 사회의 의사소통 수단이자 사회구성원 간의 약속입니다. 이런 약속들에 미묘한 오해가 섞인다면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닐까요?


성은숙 교수의 논문 결론에도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산림과학계에서 오랫동안 묵과해 온 관행적 오류를 곧바로 고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필요하다.’고요.


우리가 더욱 올바른 용어를 알고 사용함으로써 더욱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 당장은 귀찮고, 불편하고, 손해라고 느껴지는 시도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사시사철 푸르고 울창한 숲을 선사해 줄지 모르죠.



 edit. 초록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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