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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너부리 May 08. 2023

육아스트레스 함께 풀어내기

<모래놀이 상담 시작>

둘째가 다니던 언어치료 센터에서 엄마들을 대상으로  8주 간의 모래놀이 상담을 진행하신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바다에 가서 손으로 모래를 만질 생각을 전혀 해 본 적도 없고, 딸을 키우면서도 어려워했던 인형놀이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접하기도 했고, 첫째가 여름방학 때 네 번의 모래놀이를 하며 행복해했던 터라 센터장님의 권유에 조금은 쉽게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까?,  꾸미는 일에는 소질이 없는데 그래도 괜찮을까? , 일을 쉬고 있는 내가 상담자로 유의미한 결과를 낼까?  시작하는 날이 다가오자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에서는 배우는 점이 있으니 무엇인가를 또 얻어가겠지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오리엔테이션 겸 양육스트레스 검사를 하고, 첫 주에는 처음으로 모래를 만지고 함께 참여하는  분들과 간략한 소개를 했다. 모래놀이를 진행하면서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규칙은 모든 상담이 그러하듯이 여기서 나눈 대화 내용은 모두 비밀로 유지할 것!  


 모래판 위에 수 백개의 피규어 중에 내가 고른 피규어들을 놓는다. 정해진 주제는 없고, 지금의 내가 고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선택하고 꾸민다.  모두가 마치면 자기가 꾸민 모래판 속 세상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을 한다.


2023, 현재의 나,  내 안의 내가 굉장히 많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비슷한 나이의 엄마들이 가진 생활과 고민은 분명 다르면서도 유사하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닌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냥 대화를 하며 공통점을 찾고, 자기 경험을 사례로 들며 위로한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만 하면  정해진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금방 흐른다.  평소 나의 생활 반경에서는 만나기 힘든 성향이 전혀 다른 사람들의 삶과 평소 지닌 생각에 대해 듣는 것은 신선하여 마음을 환기시킨다. 삶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나의 마음도 풀어진다.


 오늘의 모래 놀이 상담의 주제는 '초조해하지 않기.', 나 자신에게 주는 숙제는 '초조해하지 않는 방법  고민하기.'


모래를 만지며 대화를 하니, 서로 눈을 보고 타인의 감정과 내용에 몰입해서 대화할 때와 다른  기분이 들었다. 나의 이야기를 관조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무심하게 던져 놓게 된다. 맘속 끝까지 찌를 수 있는 내용도 스치듯 지나간다.


 마음이 여리고, 감성적인 우리 딸과 대화를 할 때 좋을 것 같아 바로 모래놀이 상자를 구입했다. 서로에게 화가 났을 때 모래에 손을 파묻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대화기 이어지지 않을까?


 사실 남편이 모래놀이나 클레이를 아주 싫어해 첫째 세 살 이후로 사 본 적이 없지만.... 용기를 냈다.  나와 아이들의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남편의 스트레스는...... 약간만 포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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