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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너부리 May 08. 2023

누나는 이제 혼자 자야 해!

<엄마와 그림책 쓰기>

겁이 많고, 사랑도 많은 첫째는 3학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가족들과 함께 자는 것을 편안해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 중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분이시라 질 높은 수면이 필요하다.


'엄마, 나 동생한테 어제 얼굴 맞았어. 새벽에 왜 우는 거야.'

'엄마는...... 너한테도 맞았어. 동생이 슬픈 꿈을 꾸었나 봐.'


둘의 자는 모습을 관찰하면 자음을 익힐 수 있다. 둘이서 ㄱ, ㄴ, ㄷ, 어느 날은 ㅎ도 만든다. 온 침대를 굴러가며 침대의 중심부터 끝까지 구석구석을 이용해 야무지게도 잔다. 첫째도 둘째도, 함께 잔 다음 날은 확실히 피곤해한다.


여섯 살에 첫째의 방을 만들어 주면서부터 분리수면을 시도했으나, 둘째가 태어난 후 첫째가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받아주었더니 그냥 일상이 되었다. 둘 중에 한 녀석이라도 수면 독립을 하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의 눈물과 나의 저질 체력 때문에 늘 흐지부지가 된다.


둘째는 돌이 지난 후부터 아기 침대에서 벗어나 패밀리 침대에서 누나, 엄마와 함께 잤다. 이제야 형님 티가 나는 첫째가 본인 방 침대에 가 누우면. 둘째는 누나 방으로 출동한다. 잠든 누나를 흔들어 깨우며 '누나 같이 자'를 외치고 결국 손을 잡고 돌아온다.


둘째를 설득해 보지만 네 살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 내일은 꼭 누나 혼자 잔다고 손가락을 걸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는 동생 앞에서 결국 맘이 약해지는 첫째이다. 둘 모두에게 힘든 도전이다. 두 녀석들에게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지는 연습을 하는 첫 번째 시련 같기도 하다. 


첫째도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어떻게 하면 둘째의 마음을 돌려 첫째가 혼자 잘 수 있을까 방법을 찾기로 했다.


잠든 다음에 옮기기, 공룡 침대를 사주기, 누나방을 잠그기, 티비를 안방으로 옮기기 등 참.. 하찮은 방법들을 떠올렸다.


동생에게 책을 만들어 읽히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누나와의 분리 수면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엔 두꺼운 도화지에 그리려고 하였으나 무엇이든 본격적이 나는 그림책 만들기를 열심히 검색했다. 그림을 그려주는 AI를 찾고, 용기 있게 인디자인 학원에 등록했다. 두 시간짜리 드로잉 수업도 신청했다. 하루면 만들 그림책이.. 세 달은 걸릴 것 같다.




형식은 누나가 동생에게 쓰는 편지. 그림은 본인이 그려보겠다고 하지만, AI의 도움을 약간 받으려고 한다. 아이와 내가 함께 쓰고, 소리 내어 읽고, 어색한 부분은 다듬기로 했다.


서윤아, 우리도 엄마, 아빠처럼 어른이 될 거야.

그러려면 많은 것을 혼자 할 줄 알아야 해.


서윤이도 이제 숟가락질을 해서 혼자 밥 먹을 수 있지. 조금 더 형님이 되면 화장실도 엄마 없이 갈 수 있어.


누나는 학교도 혼자 갈 수 있고, 좋아하는 과자도 혼자 사 먹을 수 있어.


처음에는 혼자 하는 게 너무 싫었지만, 지금은 '나'랑만 있는 시간도 좋아. 나랑 있는 시간도 즐거워야,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잘 보인대.


누나는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시간은 정말 재밌지만, 침대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는 일도 즐거워.

엄마도 우리랑 놀 때 잘 웃지만, 우리가 잘 때 혼자서 티브이를 보면서도 활짝 웃어.


서윤이랑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자는 건 무척 포근하지만, 누나는 혼자서만 꿈을 꾸고 싶은 날이 많아.

앞으로 우리는 떨어져서 각자 자겠지만, 누나는 서윤이와 멀어지는 게 아니야.

누나는 세상에서 서윤이가 제일 좋아. 밤에는 혼자 자지만, 낮에는 둘이서 재밌게 놀자.

같이 있고 싶어 할 때 가끔씩 찾아올게. 나중에 서윤이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생길 때면 가끔 갈게.

그때도 누나는 서윤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우리 함께 정말 멋진 어른이 되자.


인생의 성찰도 감동적인 스토리가 담긴 책은 아니지만, 아이의 예쁜 마음이 담겼다. 시간이 걸리더리더라도 꼭 책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겠지만, 또 많은 시간 동안 각자의 삶을 살아나갈 것이다. 나의 아이들이 혼자서도 즐거울 줄 알고, 함께 있으면 더 행복한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떨어져 있지만, 멀어지지는 않는 남매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소중히 여기는, 지금의 이 마음을, 잊지 않는 멋진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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