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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너부리 May 10. 2023

Entp, 엄마가 되어 간다!

  < 육아할 때는 극I입니다 >

생각보다 육아를 꽤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는 아이를 기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뭐든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즉흥적이라 감히 출산과 육아의 영역을 넘보지도 않았다.


출산을 앞둔 후배들에게


아이는 전생에 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생각해.
이번 생에는 평생을 다해 갚아야지 .



라고 웃으며 경고한다.


한 사람을 사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육아는 생각보다 더 고되고 지치며, 가끔은 견디기 힘들어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감정에 휩쓸린다. 그때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리고 가족에 대한 '충성심'으로 버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린이 잡지에 전생 검사가 실렸었다. 결과는 혁명가. 단어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아본 기억이 난다. 철이 들기 전부터 지금까지 늘 혁명가와 비슷한 자세로 세상과 삶을 대했던 것 같다.


남편은 연예인 했으면 딱 좋았을 성격이라고 한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진심으로 옳다고 생각하는가?', 타인의 날카로운 말에 당연히 상처를 받지만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 감당해야 한다고 믿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소신', 좌우명을 써내라고 하면 중학교 때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인 '삶은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나가는 것이다.'를 적어냈다. 엉뚱하지만 옳은 것에 집착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까 겁내면서도 싸울 때는 앞뒤 가리지 않는 '벌꿀 오소리'처럼 덤빈다.  


15년 만에 MBTI 검사를 다시 했다. 그래도 역시 'ENTP'. 하지만 선호 지수가 많이 변하였다. 결과지를 받고 한 달을 묵혀 두었다가 열두 쪽의 내용을 다시 꺼내 꼼꼼하게 읽었다.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P인 건 맞지만, 현재의 나는 목표 지향적이고, 조기착수를 좋아한다. T형이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수긍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지녔단다.


MBTI 연수를 하시는 전문가님께서 10~20대 때는 자신의 강점을 키워가는 시기라면 30-40대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시기란다. 30대 이후로 늘 나를 조심시키며 살았던 것 같다. 체력이 약한 나는 일을 미루기 시작하면 마무리하기가 어렵고, 계획을 꼼꼼히 세우지 않으면 무언가를 빠뜨린다. 갈등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으면 밤에 잠이 안 왔지만, 요즘에는 '당신도 참 힘들겠구나.' 하고 힘을 뺸다.


15년 전에는 T, P도 상당히 강했는데 규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T와 P의 지수가 많이 떨어졌다.  물론 현재의 내가 되기까지 딱 10년이 걸렸다.



MBTI는 환경이나 책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내 성격과 다르더라도 생활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태도는 바꿀 수 있다.


아이는 나를 둘러싼 온 세상을 흔든다. 나의 아이가 태어난 후, 세상의 모든 아이가 귀하고 반짝인다. 무서운 것이 없던,  벌꿀 오소리였던 내가 점차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간다. 나를 다듬고, 다듬는다.

태어나 오늘이 가장 너그러운 '나'이다.

사람과 관련된 일을 결정할 때 100번 생각하고, 한 번 더 참는다.

아이에게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을 물으니 '그럴 수 있지.'란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가정에서 '변혁가도 열정가'도 아니었다. 그냥 하루살이였다. 하루를 버티기 위해 나를 숨기고 에너지를 아꼈다. 하지만 일을 쉬면서 다시 진짜 나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를 위해 어떤 것을 선택할까!


많은 엄마들의 고민과 어려움은 비슷하지만, 그걸 이겨나가는 방법과 과정은 자기 나름대로이다.


엄마는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아니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되어 가는 것이다.


올해의 나는 우리 가족을 위해 우선 많은 것을 시도하고, 도전해 보려고 한다.

그 도전들을 글로 남겨 보려고 한다.


단, P가 되살아나 포기하고 계획을 바꾸고 싶어도,  '나'를 위한 일도 '아이들'을 위한 일도 꾸준히 할 것! 게으름의 유혹이 와도 한번 더 나를 다잡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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