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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너부리 May 17. 2023

작은 욕심으로 나를 살리기

엄마는 한 번도 공부하라는 말씀을 한 적이 없으시다. 대학 진학, 직업 선택, 결혼 준비 내 삶의 굵직한 사건들에도 엄마의 의견을 비친 적이 없으시다.


나를 믿으셔서는 아니다. 엄마는 지금도 나를 바보 취급하시며 늘 불안해한다. 그런 엄마의 유일한 교육 방침(?)은 ‘네가 선택한 일이면 성공해도 실패해도 모두 그냥 받아들여라. 성공해도 내 탓, 망해도 내 탓.’이었다.


 단 선택하면 충분히 지지해 주셨다. 12살 이후로 선택은 스스로 했고, 결과를 감당하며 살았다. 의존하지 않았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마음이 더 편한 쪽을 선택하다 보니 여기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현명하게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하루살이’ 인생 정도가 아닐까?


 매일 실패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금의 감정도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한다. 일을 좋아하지만, 최선을 다하기는 싫다. 내 아이들이 자라기를 기다리지만, 더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엄마처럼 살기는 싫다.


내 안의 이 모순을 해결할 수는 있을까? 내 삶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면서도 모순되지 않고, 내 마음이 요동치지 않게 일관성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살면서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거나 큰 목표를 세운 적이 없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인생 처음으로 목표를 세웠다.


작은 욕심을 내려고 한다. 그동안 큰 욕심만 내느라 일이 밀려 놓친 일들이 너무 많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룰 때마다 나를 예쁘게 여기려고 한다. 하루 세끼 먹기, 오늘 만난 살아 있는 존재 굶기지 않기, 처음 만난 사람 무조건 칭찬하기 등. 소소한 목표부터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생각난 작은 아이디어 기록하기 등, 필요한 목표까지. 큰 목표들을 쪼개어 실천해 보려고 한다.


 작은 행동의 힘을 믿으려 한다. 사람들은 쉽게 너 하나가 행동한다고 변화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행동은 힘이 든다. 작은 행동도 많은 고민과 큰 에너지가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떳떳하게 살고 싶다. 위대한 행동은 아니더라도 위대한 목표에 작은 행동을 보태고 싶다.



분리 배출은 꾸준히 실천하려 한다. 방역수칙은 철저하게 지키고,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기부한다. 어르신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면 속도를 맞추어 걷는다.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없고,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즐겁게 실천하고 싶다.


  작은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운전을 시작했다. 아빠를 교통사고로 잃은 나에게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큰 공포이다. 몇 번 도전했으나 그 생각 때문에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직장 근처로 이사를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운전을 시작한다. 아이들에게도 내가 운전을 한다면, 너희는 지구 정복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운전은 여전히 두렵지만,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작은 노트 쓰기를 실천하려고 한다. 올해는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일에 대해서, 가정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 드는 많은 생각들과 감정, 내 안의 모순을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하지 않고 정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작은 여유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혼자 살고 싶지는 않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하다. 잠시 여유를 누리고 나면 확실히 활기가 생긴다. 업무를 처리하면서 반찬을 걱정하고, 고객님(?)들을 상담하면서 어린이집에서 기다릴 내 아이를 걱정하고, 업무 처리를 하며 아이들이 내일 입을 옷을 고민한다.


여유 없이 몰아치는 것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 하루에도 일어나는 작은 걱정들이다. 수많은 걱정거리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필요하다. 반드시 하루의 작은 순간이라도 무념의 시간 갖기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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