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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너부리 Apr 30. 2023

엄마로서 놓치고 있었던 일

<일을 다시 쉬기로 결심한 이유>

둘째 18개월 경부터  일을 다시 하면서  둘째의 두 살, 세 살, 자라는 순간을 거의 함께 하지 못했다.  출근을 위해 거의 연습 없이 운전을 시작하면서 주차가 두렵기도 하고, 거리에 차가 많은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7시 10분에 이른 출근을 했다. 


돌봄 선생님께서 오실 때까지 아이들은 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 아빠의 준비 소리에 아이들이 깨기라도 하면, 그 때는 떠날 때까지 '통곡의 바다'가 된다. 


이른 시간임에도 돌봄 선생님께서 흔쾌히 와주셨다. 오전, 오후 두 시간씩 아이 둘을 돌보아 주셨다. 코로나 기간이라 정말 어렵게 모신 돌봄 선생님이셨다. 다행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예뻐해 주셨다. 눈이 오는 날도, 비가 많이 오는 날도 어김 없이 와주셔서 남편과 나는 직장 생활을 무사히 아니 겨.우.겨.우 해나갈 수 있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빨래, 설거지, 청소. 첫째 숙제 봐주기를 하면 바로 아이들을 재우는 시간이 된다. 한창 말을 틔워야 하는 둘째에게는 책 한 권을 읽어줄 시간이 없었다.


하루살이처럼 살았다. 생활을 견디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계속 앞만 볼 뿐 그 순간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했다. 남편은 처음 맡은 업무로 거의 매일 늦었고, 22년은 내 생애  몸도 마음도 가장 바쁜 해였다.


그림 빙챗

둘째의 성장하는 순간. 꽃을 보고 예쁘다고 처음 정확히 내뱉은 순간, 덤프트럭과 굴삭기를 정확하게 구별하여 손가락으로 가리킨 순간, 신발을 스스로 신을 수 있게 된 순간을 모두 돌봄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사진을  보내주셨지만, 그 순간에는 함께 하지는 못했고. 늘 '그랬어요? 정말요?'로 되묻는 일들이 많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시 일을 쉬기로 결정하고, 나와 등원을 한 후, 일주일!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집에서는 혼자서 밥을 먹지 않느냐.'라고 물으신다. 다른 친구들보다 숟가락질이 서투르단다. 어땠지? 하고  생각해 본다. 둘째는 스스로 밥을  먹은 적이 거의 없다.  돌봄 선생님이 아침 일찍 오셔서 내가 차려 놓은 밥을 주로 먹여주셨다. 퇴근 후에도  빨리 먹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밥을 스스로 먹는 기회를 주지 못했다.


 성장의 기본은 늘 스스로 해보는 것, 도전이라는 것을 알면서..  늘 그렇게 말하면서 생활에 치여 결국 나의 아이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일조차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했다.


순간 마음이 서늘했다.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


기다림. 늘 시간에 쫓기는 내가 정말 못하는 것. 아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자, 엄마가 당연히 해주어야 큰 과제.. 기다리는 것을 나는 너무도 놓치고 있었다.


 당장 저녁부터 숟가락을 넘겼다. 바닥에 떨어지는 반찬들과 밥풀, 먹여달라는 칭얼거림. 당장 닦고 싶고, 치우고 싶고. 움직이고 싶다는 욕구를 누른다. 아이에게 할 수 있다를 외치면서, 스스로에게도 기다릴 수 있다!, 할 수 있다! 를 외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또 놓쳤을까?,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는 동안 또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게 될까?
두렵지만, 결국 발견할 때마다 엄마로서 아이들을 응원하고, 스스로를 응원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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