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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보너부리 Apr 30. 2023

내 육아의 정체성

<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내 평생의 프로젝트>

육아는 아이의 문제라기보다는 내 정체성의 문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엄마'라는 말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다. '엄마!',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해내야만 한다. 지금도 내가 가진 능력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매일 해내고 있다.


스스로도 놀랄만큼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온다.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묻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받아들이면서 '엄마'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한동안 나에게 아이를 키우는 일은 과거의 나와 싸우는 일이었다. 아이와 함께 할수록 어린 시절의 내가 안쓰러웠다. 아이를 보며 웃는 날이 더 많지만, 아픈 날도 많다. 어린시절의 결핍이 떠오르고, 잊고 있었던 상처가 드러난다.


이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경험해 본 적 없는 방식의 사랑을 알기 위해 육아 책을 읽고, 강연을 찾아 듣고, 다른 엄마들을 만났다. 가끔 상담소를 찾아가 그냥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부모가 된 모든 사람들의 괴로움이자 숙제이지 않을까?




다행히 사랑은 하면 할수록 그 크기가 더 커지나 보다. 둘째가 태어난 후, 첫째 아이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사랑과 삶이다. 그리고 이 사랑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책임이 따른다. 본인들도 기억하지 못할 빛나는 이 순간을 엄마인 '나'는 기억해야 한다.


사랑의 크기와는 별개로 매일의 선택과 생활을 지탱하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8할이 책임감이다. 여전히 엄마라는 소리에 반응하는 내가 신기하고 낯설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엄마라는 역할에 익숙해진다.


너무 큰 기대와 욕심을 내서는 안 되지만, 평생 응원하고 지켜야 하는 존재.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가까이 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대상. 신이 나에게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정말 큰 프로젝트를 던져 주었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은 늘 어려울 것이고,
지금도 매일 실수하고 있지만. 엄마로서의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믿고, 계속 시도하고 매순간 도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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