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기록될 시간

by 소라

잊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쓴다.

쓰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절실했었는지 그 느낌을 잊어

밤늦은 조용한 시간이 되면 그걸 찾느라 헤매고 헤매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 홀로 버려진 것 같아 울적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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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낯선 공기.

저변에 깔린 의심과 의혹의 냄새

침전된 그 속으로 내 의식이 파고들어

혼돈 속에 정리되지 않은 언어들이 떠다니고

자그락대는 타자 소리에 매몰되어

벙긋대는 내 말들이 파편처럼 흩어진다.

하나하나 겉돌기 시작하는 믿음으로

육신은 찢어지고

거짓으로 버무려진 대언(代言)으로

틈새를 비집어 창자가 흐른다.

의(義)를 저버린 그것은

명(明)을 휘갈기는 나를 향해

맹렬히 달려오고

채 피하지 못한

나는.

(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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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의 반복.

삶이 우유적이란 나의 절망이 점철되고 있다는 사실.

아프다.

생(生)에 기록될 시간. 아픈.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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