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닷가에서

by 소라


어느 바닷가에서


죽은 새를 놓고 장사지낸다.

넋을 위로하며 탑돌이 하듯 돈다.

아이의 순수가 영혼을 위로하고 천도한다.


가고 싶어 간 곳에는 늘 의미가 붙어 다닌다. 아주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간 이유는 내가 꼭 가야만 하는 공간이란 생각에서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야겠다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 떠났었는데, 그곳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무엇이 반드시 있을 것이란 기대때문이었다. 그 날도 그랬다. 그렇게 가게 된 여행에서 만난 바다에 버려진 생은 그래서인지 더더욱 나의 시선을 놓아주질 않았다. 그것은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 안에서 구르고 구른 비참하게 구겨지고 망가진 얼룩이었다. 차마 그 얼룩에 손대지 못해 놀라고 있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제깍 뛰어가서 슬퍼한다. 죽음이라는 알 수 없는 정체로 아이들의 생에 다가온 그것은, 두려움으로 아이들의 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곧 죽음은 하늘로 보내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이 구르고 굴러 모래투성이가 된 갈매기를 모래로 덮는다. 어차피 그대로 두면 그 모래에 싸일 것이라는, 아니 그 모래에 의해 다시 벗겨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만류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들의 신성한 의식에 나의 때묻는 사념이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사람은 염을 하고 장례를 치르는 것이 보통이나 아이들의 세상에는 염이란 없다.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흉측한 몰골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었지만, 작은 병아리는 감싸고 감싸 묻어주는 아이들도 있다하지만- 그들의 의식이 어찌보면 더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모래로 열심히 곱게 덮은 사이로 살짝 깃털을 다시 빼 놓는다. 열심히 묻고는 왜 그러는지 이상하여 물으니 누군가 지나가다 이것이 무덤인줄 몰라 밟을 수 있어서란다. 십자가를 꽂아주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갈매기가 거기 살아있었음을 그리고 지금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증거를 그렇게 두었다. 작은 존재들이라 여겼는데, 그들보다 더 작다 생각한 존재에 대한 배려에 또 한 번 짓눌린 나에게 위안을! 그리고는 빙글빙글 돌며 웃고 재잘거리는데 그것이 꼭 탑돌이하며 넋을 위로하는 것 같아 한참을 쳐다보았다. 장례엔 눈물도 빼놓으면 안 되니 갈매기의 삶과 죽음에 대해 잠시 서글퍼하였다.


가고 싶어 간 그 곳에는 여전히 나를 붙잡는 바다가 있었고,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앉아있을 수 있도록 해 준 바다가 있었지만, 그 날은 삶과 죽음을 대하는 아이들의 자세에 시선이 간 날이었다. 나의 시선과 아이들의 시선, 그리고 죽음을 뒤로하고 간 갈매기의 시선이 맞닿은 것이기에 그렇다 생각했다. 가고 싶어 간 곳에는 늘 의미가 붙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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