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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파이터들의 트레이닝 방식

복합 훈련(Complex training)과 PAP

by 김하진

"파이터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근육이 커져서 몸이 느려진다. 따라서 파이터는 저항성 운동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근비대는 체중의 증가로 이어지고, 절대적인 속도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체급이 존재하는 종목의 특성상, 근력의 향상에 비해 단순한 근비대는 너무나 비효율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근비대를 통한 벌크업으로 월장(자신의 윗 체급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을 한다고 쳐도, 상위 체급의 선수들과는 골격, 스트렝스, 리치 등의 측면에서 이미 불리하기 때문이다.

UPC의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월장 이후 첫 패배를 당한다.


하지만 현대의 파이터들은 타격, 그래플링, 스트랭스, 멘탈 등 다양한 분야의 코치를 고용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관리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선수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되고, 더 이상의 기술로 인한 압도적인 실력차이가 나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이에 선수들은 격투의 본질인 피지컬의 중요성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적절한 근력 및 컨디셔닝 트레이닝이 필수라는 점을 알아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근비대는 양날의 검이다. 결국 파이터들은 근력의 향상과 속도, 모두를 챙겨야 한다. 이렇게 탄생한 트레이닝 기법이 스트렝스 트레이닝과 스트렝스 트레이닝의 일종인 복합 훈련이다.

성공적인 월장으로 4체급 챔피언을 석권한 카넬로 알바레즈


스트렝스 트레이닝은 4장에서 일부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엔 복합 훈련(Complex training)을 집중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복합 훈련은 Post-Activation Pootential(활성 후 강화. 이하 PAP)라는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트레이닝 방법이다.


PAP는 무거운 중량을 이용한 훈련 이후에 수행하는 동작의 퍼포먼스가 일시적으로 향상한다는 이론이다. 무거운 중량(90Hz 이상의 신경자극이 방전되는 강도)을 사용한 훈련을 진행하면 근섬유의 수축을 담당하는 미오신 필라멘트에 인산화 현상이 나타난다. 인산화를 통해 강해진 근육은 이전에 비해 5~20% 더 많은 수축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다음에 수행할 동작의 퍼포먼스가 상승하는 것이다.



PAP이론에 조금 더 깊게 들어가고자 한다. 고중량을 다루는 트레이닝을 선행하면 첫 번째로 액틴과 미오신의 민감도를 증가시킨다. 액틴과 미오신은 근원섬유를 구성하는 단백질이며 상호 결합을 통해 근육을 수축하는 역할을 한다. 이 중 미오신의 민감도가 올라가면 앞서 말한 미오신 필라멘트의 인산화 과정을 통해 근육의 강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미오신과 액틴의 결합


두 번째는 운동 신경의 활성화로 인한 신경전달의 능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고중량 트레이닝을 통해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면 운동 신경은 중추신경계에서 발생한 운동 신호를 각 근육으로 전달한다. 운동 신경의 신경전달능력이 증가하면 순발력 및 동체시력 등이 향상한다.

또한 중추신경계의 자극으로 인해 속근섬유의 활성화를 높인다는 점이 있다. 속근(Type 2)은 강한 힘과 순발력을 만들어낼 때 유리한 근육이다. 속근섬유의 활성화를 통해 고중량 트레이닝 다음에 수행할 동작에서 더 강하고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AP이론을 통해 복합 훈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했다면 이제는 복합 훈련의 과정을 알아보려고 한다. 복합 훈련은 고중량 트레이닝(저항 훈련) 이후에 플라이오메트릭(탄성 훈련)을 결합하여 진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플라이오메트릭은 신전단계에서의 신장반사를 통한 강한 단축과정을 수행하는 운동이다. 이때 고중량 트레이닝에서 활성화된 속근(Type 2)이 플라이오메트릭의 단축단계에서 강하고 빠른 힘을 내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세트 간, 그리고 고중량에서 플라이오메트릭으로 넘어갈 때의 휴식시간은 고중량을 베이스로 수행하기 때문에 약 3분의 충분한 휴식시간을 취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개인의 성향에 따라 휴식시간을 설정하여 전체적인 운동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복합 훈련은 신체 다양한 부위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고중량 트레이닝을 수행한 부위와 유사한 동작이 이어져야 운동 수행능력의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종목 배치가 중요하다.

고중량 트레이닝 - 플라이오메트릭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스쿼트 - 박스 점프

박스 점프


2. 벤치프레스 - 플라이오 프레스업

플라이오 프레스업


3. 데드리프트 - 호리젠탈 점프

호리존탈 점프


고중량 트레이닝 이후에 오는 동작은 꼭 플라이오메트릭이 아니라 스프린트 등의 다른 훈련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이렇게 고중량을 다루는 트레이닝(특히 복합 다관절 운동) 이후에 플라이오메트릭을 수행할 경우 수행능력을 상승시켜 스포츠과학 및 트레이닝 영역에서 매력적인 훈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복합 훈련 또한 피로 누적으로 인한 퍼포먼스 감소 및 부상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컨디션 유지가 중요하다. 또한 모든 트레이닝에 복합 훈련의 방식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분배가 필요하다.

또 선수가 아닌 일반 수행자들이 무작정 따라 하게 될 경우 퍼포먼스 증가는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부상만 입을 수 있기에 운동 경력이 짧은(초급자 또는 취미) 수행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렇게 파이터(복싱, mma 등)들이 복합 훈련을 활용하는 방식을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다음 장부터는 꼭 특정한 훈련 방식이 아닌 특정 선수/특정 스포츠의 기술적 분석이나 운동 관련 정보(영양소, 운동 방법 등) 등 운동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다루려고 한다.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하나의 운동 방식을 고집하는 것보단 다양한 운동 방식들을 연구하고, 활용하여 신체의 전반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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