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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붕어빵까지

- 귤 밭에 책방이 들어서면 하게 되는 일

by 소희

“뭐? 붕어빵을 하겠다고?”

남편의 한 마디에 밥을 먹다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
지금도 늘어난 일에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는데 하고많은 일 중에 붕어빵을 굽겠다니.

“진심이야?”
“광장시장 붕어빵 영상을 봤는데 모양도 이쁘고 붕어빵 속이 슈크림에 치즈가 예술이야.

사람들이 줄을 끊임없이 서있는데 손이 안보여 손이!”

그 눈빛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신나하는 확신에 찬 꼭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쏟아내는 눈빛.


“그래. 정 그렇다면 당신이 직접 구워. 난 절대로 안 해.

팔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나 시킬 생각은 하지 말고 알았지?”

확답을 받고서 난 더 관심을 두지 않으려 눈을 가자미로 만들었다. 밤새 고르고 골라 비늘 모양이 제일 마음에 든다는 붕어빵 기계를 골라 주문을 하고, 메뉴를 위해 흰 자가 붉어지도록 핸드폰에 빠졌다가 적은 확신에 찬 쪽지를 식탁 위, 나의 지정석에 올려놓은 남편은 레시피 개발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가장 기본인 밭붕,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슈붕, 커피를 절로 부르는 피붕, 가자미 눈알이 튕겨져 나올 만한 메뉴도 아니었다. 집도 절도 없는 이곳에 하다하다 붕어빵이라니.



시부모님이 손발이 트고 닳아지도록 일궈놓은 감귤 밭에 결혼 후 신혼 생활을 시작했고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며 책상에 앉아 고운(?) 일만 하다가 장갑 사이로 스며드는 먼지를 종일 만지는 택배 작업과 일꾼 밥을 해내며 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을 하고 잠이 든다. 겨울이 내겐 너무도 힘든 계절이 되었다. 사계절 초록 나무에 겨울부터 물드는 귤들의 모습에 힘든 것도 잊고 그냥저냥 살았다. 제주에 강력 태풍이 3회 연속 강타하던 해에 그만 지붕 한 편이 뜯겨져 나가 비가 들이치고 잠결에 놀란 어린아이들을 꽁꽁 싸서 부엌 구석에 누이고 잠이 들기도 했다. 낡은 집이 견디기 어려워져 그곳을 허물고 2층 건물을 지었다. 2층은 사는 집이고 1층을 무인 카페로 하겠다는 남편을 말려 우겨서 책방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귤다방이 시작되었다.


귤 밭이 있는 이곳은 사람이라고는 지나다니지 않는다. 다행히 초등학교가 있어 학교 주변으로 마을이 있었지만 귤 밭이 있는 이 곳은 사람의 왕래가 없다. 말 그대로 차가 있어야 이동할 수 있는 곳이다. 해가 일찍 지는 계절이면 5시부터 어두워져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둥지 안에 우리 집만 웅크리고 있다. 그런 곳에 책방이 들어섰으니 그때부터 우리 부부의 일은 어떻게 하면 사람이 올까? 뭘 팔면 좋을까? 어떤 책을 넣지? 아이들은 뭐 하며 놀면 좋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붕어빵까지 해야겠냐고! 아이고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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