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시즌 붕어빵
“ 이 붕어빵은 왜 이리 이뻐요?”
맛이 이뻐야 하는데 모양이 이쁘다고 한다.
“바삭하고 너무 맛있다!”
옆에서 들려오는 감탄사를 들으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하다하다 붕어빵은 조금씩 구워지기 시작했고, 홍보를 한답시고 지인들을 초대해
맛을 보이고 아이들을 유혹하기 위해 선물도 주었다.
책을 읽게 만들어야 하는데 붕어빵을 팔기 위해 궁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꼬꼬가 낳은 알을 넣어서 만들어 보기도 하고, 버터양을 조절해 보기도 하고
팥을 삶아 설탕양을 조절해서 통팥 맛의 질감을 느끼게도 해보았다.
여러 번의 실험으로 탄생한 붕어빵에게 ‘네가 여기를 살려줘야 해’ 간절함을 담아 구웠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면 손님이 하나도 없다.
모두 주변의 벚꽃 명소로 가 꽃놀이만 하고 마을에서 사라졌다.
“핑크붕어빵을 만들어서 벚꽃시즌에 팔아볼까? ”
“어? 그거 산뜻한데? 해보자.”
남편의 한마디에 화답하는 나를 본다.
인*그램에 어떻게 하면 핑크빛이 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올려보았더니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제주 전통음식의 대표자이신 김지순선생님의 아들이기도 한 양용진선생님께서 댓글을 주셨다.
[백년초를 애용해 보세요. 비트보다 색이 더 곱게 납니다.]
백년초를 넣어 만들어 보았더니 살짝 핑크가 드러났다.
자색고구마가루를 넣어서 만들어 보니 연한 보라색의 붕어빵이 되었다.
벚꽃시즌 붕어빵을 만들어 놓고 손님이 오길 기다렸지만 붕어빵 기계에
열을 올려보지도 못하고 시즌이 끝나버렸다.
먹어는 봤을까.. 눈물 젖은 붕어빵을.
* 故 양용진 선생님께서는 올해 별세하셨습니다.
선생님과 짧은 인사를 나누었지만 제주의 전통 음식을 연구하신 노력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붕어빵 #벚꽃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