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쫌 그만~"
조카는 나를 뽀뽀괴물이라 놀린다. 통통하고 발그레한 볼을 쳐다보다가 느닷없이 뽀뽀를 해대며 사랑타령을 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사랑해'라는 말이 쭈뼛거리지 않고 튀어나온다. 말랑말랑한 손을 잡으며 내뱉는 '귀여워'의 다른 말이고, 묵묵히 곁을 지키는 남편에게 건네는 '이러저러해서 고마워.' 대신이다.
어느 날 하트를 한참 들여다봤다. 위쪽은 무엇이라도 품어줄 듯 부드러운데, 아래쪽은 송곳처럼 뾰족하다. 찔리면 깊은 상처가 날 것만 같다. 사랑이 꼭 그 모양이다. 둥글고 따뜻할 것만 같은데, 어느 순간 날카롭게 파고든다.
좋아서 헤헤거리다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생기면 금세 눈을 흘긴다. 사랑한다며 쪽쪽거리던 조카의 등에 선명한 손자국을 남긴 것도 나다. 사랑이 그런가 보다. 그래도 하트는 끊기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뾰족한 끝을 넘기면 부드러운 곡선이 이어진다. 거듭거듭 다시 안아준다.
남편과의 연애시절을 떠올려 본다. 가장 풋풋하고 설레는 사랑을 하던 그때,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했었나. 기억이 흐릿하다.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고백을 한다. 남편은 '으응~'하고 대체로 시큰둥하다. 마치 '밥 먹자.'를 들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그러다 가끔, 다정하게 웃으며 '나도'라고 한다. 그 두 글자가 조카들의 즉각적인'나도요.'보다 더 묵직하게 들릴 때가 있다.
어느새 내 입에 붙어버린 '사랑해'는 점점 더 자주 나오는 것 같다. 이러다 '기분 나쁘다' 대신 '사랑해'가 튀어나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