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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라 Jul 11. 2021

창동의 주차전쟁

일상 이야기 (1)


울동네는 주거  밀집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늘..... 주차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한다.

2년 육 개월 전

그때.. 후배 놈이 내차 폐차했다고... BMW를 새 차로 뽑아서 빌려줬는데...

그 당시 여기로 이사 오면서 차를 반납했다.

왜냐.. 주차할 곳이 없었기에.....

그리고 후배가 식당 오픈하고, 나의 동생이 그곳의 주방장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큰 식당의 주방장 경험이 적은 그녀에게 음식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나는 서울과 대구를 오갔고,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후배 놈은

나에게 자신의 벤츠를 빌려줬다. 


이 상황에서 지인들은 말했다.

도대체 그 후배가 누구길래 그런 비싼 차 빌려주는 게 그렇게 쉽냐고!

그럴 수 있는 놈이었다. 

내 주변에서는 그 친구를 떡볶이 후배로 통한다.

그 사연은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 아무튼 그 후배가 빌려준 벤츠 덕분에 나는 동네에서 욕을 먹을 일이 생겼다.


이유는.... 사실 요즘 흔해진 외제차가 이 동네에서는 사방 50미터 안에.... 예닐곱 대 보일 정도로 흔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한번 주차해놓으면.... 사람들의 눈에 띄어 기억을 잘하기 때문에

첫날은 그냥 넘어가는데 이틀만 지나면 전화가 온다.

몇 호에 왔냐. 어느 집이냐.

몇 번 차 빼 주러 나가면... 그들은 눈으로 침을 뱉었다. 그들의 시선은 딱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야.. 좋은 차 몰지 말고 주차장 있는 집서 살아~'

'야.. 이 정도 차 몰면 유료주차장에 대라~'

뭐 이런 시선으로 째려본다.

거기다가 블랙박스를 달지 않은 차이기에 언제 어디서 긁힐지도 불안했었다.

몇 달 버티다가.. 서울 올 때 차를 후배에게 반납하고 왔었다.

속이 다 시원했는데... 후배 놈이 내 동생 운전연수용으로 지금 타고 있는 37만 탄  NF소나타를 주었는데 

동생은 그 차가 불안하다며 타지 못하겠다고 했고, 결국 그 차를 서울로 끌고 왔다.

그리고 그 차가 이 동네에 주차되기 시작한 그 순간.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우선.... 우리 동네에는 자기 건물 앞 땅이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시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주차금지 팻말도 돈 주고 사서 가져다 놓는 분도 있고, 심지어 나는 누군가 늘 대어 놓는 곳에 주차를 했는데도 신고를 당하기도 해서 벌금을 낸 일도 있었다.


그때 화난 나는 전단지를 제작하려고 맘먹었고, 집에 와서 한글 파일을 열고 글을 적기 시작했다.



주차장 없는 건물에 사는 차주분께.

팻말까지 사서 땅 소유권을 주장하시는 파렴치한 분들 보셔요

그럴 거면 그 땅에 담을 만드셔야지 그 땅이 왜 골목이 되었겠어요.

맞은 건 건물에 차주들은 그 앞 땅이 자기 집 앞 아니라서 차 안 대겠습니까?

어차피 주차선도 없는 골목인데.

서로 주차장 없이 사는.... 처지에 적당히 복불복으로 주차해야지

얻다 대고... 니 땅이라고 우깁니까!

그럴 거면..... 주차장 있는 건물에서 사셨어야죠~

자기가 늘 데는 곳 맞은편 쪽으로 주차를 하면.... 교통방해로 신고하고

자기가 사는 건물 앞은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차 빼 달라고 전화하고

주차금지 팻말 사서 혹은 말통에 물 부어서..... 자기 영역이라고 세워두고

건물에 사는 사람 아니면..... 차 빼라고 전화하는..... 그런 짓은 하지 맙시다.

어차피 골목에 주차는. 다.. 불법 도로 점령입니다

자꾸 이런 이런 짓하시면 골목 내 주차된 모든 차들을 매일 죄다 사진 찍어 신고할 겁니다.

저도 이미 한번 신고당했거든요.

한 번만 더 신고당하거나.... 이런 불편한 주장 하셔서 얼굴 붉히게 하면.....

이 골목에 주차 아무도 못하도록 만들어드릴 겁니다.

말 못 하고 싸우지 못해서... 가만히 참고 있는 거 아닙니다.



다 써놓고 프린트를 하려다가 참았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정상 아닌 사람들이 많으니까!

잘못을 지적했다가 어느 날 칼 맞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냥... 좀 불편하게 살고...

저렇게 우기는 사람들을 좀 불쌍하게 쳐다보고 살면 될 것을

굳이 내가.... 하는 맘으로.. 마지막 순간 참았다.

그리고 근처 사는 달봉이가 말리기도 했다. 

팩폭의 달인이기도 하고, 험담보다는 앞에서 뼈 때리는 말을 잘하는 내가

동네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을까 걱정하기에 참았다.



암튼.... 근데 한 달 전에... 울동네에 냉동탑차를 모는 젊은이가 이사를 오면서

주차문제로 시끄러운 일이 생겼다.

그가.... 나와 비슷한 주장을 하면서 동네 차들을 싹 다 신고하겠다고...

그리고.... 나에게 자기 건물 앞에서 차를 빼라고 하길래

그 젊은 친구와 내가.. 골목에서 한판 붙어버렸다.

그때 동네 어른들 몇 분들이 나왔고.....(내가 파렴치한이라고 말했던 분들)

웃기다.. 같은 주장을 하는데.... 왜 그 젊은 친구와 내가 붙었을까?

처음에 그 친구가 나에게 자기 건물 앞에서 차 빼 달라고 하길래

내가 너네 건물 주차장에 담이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는 너네 건물의 주차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자기는 이사 올 때 여기 주차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고 

나는 그의 말을 받아 바로 말했다.

"주차를 해도 돼요. 하세요. 그런데 여기 자리가 비어있을 때 해야지. 왜 남의 차를 빼라고 하세요?

이 땅이 그 빌라 땅이 아니잖아요. 물론 여기 주차장은 아니에요. 라인도 없고. 그래서 여기에 있는 차들

싹 다 신고해도 돼요. 저도 한번 신고당했어요. 그런데 여기도 나름 룰이란 게 있어요. 서로 주차장 없는 건물에 살면서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기 집 앞 땅이 자기 땅은 아니잖아요. "


결국 그는 제 말을 이해했고..... 그 싸움을 지켜보던 기존의 살던 동네 주민들도

이 두 사람 건드리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는지 아님 그동안 자기들이 주장하던 게 어떤 모순이 있다는 걸 알았는지.... 이제는 전화 오는 일을 줄어들었다.

그리고 신고하는 일도 없어졌다.

심지어 나는 내가 어딘가 갈 때면 이상하게 주차해놓은 차주에게 전화해서.. 제가 빼는 자리에 차 데라고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대충 어느 집 차인 지... 골목 안.. 30미터 안의 차들의 정보를 알 정도가 되었다.

남의 집 문 앞. 혹은 소유권을 주장하는 분들의 자리에 주차를 해놓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면

받으면서 여보세요 라는 말 대신.

"죄송해요. 지금 바로 뺄게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목소리로 크게 날 서 있지도 않는다.


남의 장삿집 앞에 차를 데고 아차 하는 날. 전화가 오면.... 꼭 죄송하다는 문자를 드리고...

음료수라도... 사드린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밤새 일하고 아침 8시 전에 일어나지 못하는 날에는...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고 아침 7시 이후에 주차된 차부터 옮기고 잠을 잔다. 

혹시나 잠들어서 전화를 못 받을까 봐...

결국.... 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골목에도 그런 큰 쌈이 있던 날부터.. 작은 룰이 생겼다.

근데 요즘......... 골목에 여유가 생겼다. 내가 차를 빼고 볼일을 보고 와도 그 자리가 그대로 비어 있거나

아니면 다른 주차할 자리가 많아졌다.

이유는 여름휴가 때문인 거 같았다.


문득 나도 여름휴가가 가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했다.

여름휴가를 가서 육칠십만 원을 쓸 것인가. 아니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여름 석 달 전기료 이십만 원씩 낼 때  덜 힘들어할까?

물론 나는 후자를 택했다.

내게는 최고의 며칠보다는 안정적인 석 달이 중요했다.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집에서 에어컨을 빵빵 틀어 놓으면 간간히 수박을 배달시켜 먹는 호사를 누려야겠다.

그래서 이 밤에도 나의 작업실 에어컨은 빵빵하게 틀어져 있다.


누군가 말했다.

" 작가님의 작업실에는 누구 하나 입 돌아가야지 에어컨 끕니다."


그대들은 올여름 어떤 휴가를 보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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