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을 세 개나 사다니

새롭게 시작하는 구월

by 말라

어제는 제가 연차를 낸 날이었어요.

그래서 1월부터 시작해서 매달 발행한 이 이야기의 8월을 발행하고 9월의 연재책을 새로 꾸며한다는 것을

이 새벽에 알게 되었네요.

머리말 같은 글 하나를 써보려고 소파에서 일어나 작업실로 왔답니다.


방금까지 한 일은 쇼핑사이트에서 압력밥솥을 구매했어요.

갑자기 웬 압력밥솥이냐고요?

저는 조, 중, 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조식은 미리 준비해 놓고 오는 거예요.

준비라고 할 거 없이 남은 밥과 남은 국을 비치해 두고 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다음 날 아침에 드시는 분들은 전날 드셨던 것을 드시는 거죠.

그 와중에 야근을 하신 분들이 오셔서 야식으로 드시기도 하기 때문에 모자라거나 혹은 어떤 경우에는 상하기도 한답니다. 그럴 때를 위해 컵라면을 비치해두긴 하지만 열악하죠~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열악했던 것은 아닙니다.

토스트기도 구비해 놓고 빵과 잼을 비치하였더니 그릇을 사용 안 하셔서 온 식당에 빵가루와 잼을 흘리시고

계란프라이를 위해 팬과 기름 뒤집개를 비치하였더니 팬은 태우고 기름은 흘리고 노른자는 바닥에 줄줄~ 심지어 뒤집개 사용 안 하시고 숟가락으로 해서 숟가락 씻기 힘들게 하시고, 두유를 비치했더니 두유에 붙은 빨대 비닐을 여기저기 흘리시고, 컵라면은 들고 가시고 아무튼 그래서 다 없앴답니다. 그리고 요즘 새로 컵라면을 제공해드리고 있지요.


몇 분의 매너 없는 분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그래서 참 마음이 답답해요.

깔끔하게 이용해 주시면 더 많은 것들을 제공해 드릴 수 있는데 단체 생활을 하시다 보니 내 것부터 챙기자는 너무나 당연한 논리이고, 아무도 안 보는데 뭐 어때? 는 생활에 베여있더라고요.

거기다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까지 있다 보니 참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참 많은 것들을 제공해 드릴 수가 있을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예약취사가 가능한 전기압력밥솥입니다.

그럼 새 밥을 드릴 수가 있겠죠?

물론 이것도 걱정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뚜껑 열어보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거라 생각되거든요.

그리고 슬로우쿠커입니다.

슬로우쿠커에 맥반석 계란 만들기를 하거나 죽, 수프, 국 등을 예약해 놓고 가면 알맞게 되어 있겠죠?

물론 계란껍데기를 이리저리 흘리시겠죠.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있답니다.

강력한 경고문구를 붙여야 하겠죠? ㅎㅎ

사실 약밥 같은 것이나 옥수수빵 같은 걸 만들어 드리고 싶은데 전기압력솥이 없어서 아쉬웠기에 이번에 제 개인돈으로 구매를 했답니다. 조식문제도 해결할 겸해서요.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꽤 큰일입니다.

왜냐면 밥솥을 두 개 구매하여, 기존의 일반 전기밥솥에는 백미, 새로 구매한 밥솥에는 흑미와 검정콩밥, 또 하나의 새로 구매한 밥솥에는 현미밥을 해 드리려고 하는데 이렇게 세 종류의 밥이 되면 주걱만 6개를 비치해야 합니다. 저희 회사는 양쪽으로 드시니까요.

그런데 꼭 밥솥 주걱을 혼용하여 쓰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제가 갱년기라 그런지 전 그런 것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하하하

흑미밥을 펐던 주걱을 백미밥 앞 주걱꽂이에 넣으시거나 볶음밥을 푼 기름기 있는 주걱을 물 담긴 주걱통에 넣으시거든요. 미쳐버리죠.


함바식당 같은 구내식당에는 빨리 먹고 쉬시려고 이것저것 둘러보지 않고 그냥 편한 몸동작으로 행동하시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흘린 것을 줍지 않고 지나치고, 반찬을 푸다가 다른 반찬에 흘리면 자기가 안 먹으면 그만이다 이런 식이에요. 뒷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꽤 많은 분들이 그러하지요.


더운 날 드시라고 디저트 음료를 준비하면 뒷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혼자서 4~5컵을 마십니다.

이해하기 힘드시죠?

그런데 그걸 지적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왜? 음식 끝에 맘 상한다. 이 말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꽤 중요한 말이잖아요.

아무튼 그런 환경에 있지만 그래도 저는 한 번 해보려고요.

룰을 만들고 지켜가며~ 모든 사람들이 조금은 정성 있는 음식을 드시게 하는 거!

그게 제가 할 일이겠죠.


제가 주방일을 하며 느낀 것은 식당에 와서 별난 사람은 회사에 오래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몇 달 뒤에는 그분들이 사라집니다.

그렇게 사라진 사람이 현재 3분입니다.

빌런 3명이 사라졌죠.

물론 아직도 한 다섯 분의 빌런은 계십니다.

그분들도 사라지길 바라고 있지만, 절대 사라질 것 같진 않아요.

왜냐면 자존심이 강한 투덜이는 회사를 관두는데 자존감이 없는 진상은 절대 회사를 관두지 않아요.

잘리기 전까지는요. 근데 요즘 회사가 사람을 함부로 자를 수가 없기에~ 그냥 뭐 제가 견뎌봐야죠.


뭐 이렇게 험담하고 막말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제가 존경하는 울 회사 부장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거든요.


주임님 ~ 울회사가 보수가 높지 않아요. 다들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인데 식당에서 만큼은 기분 좋게 밥 먹게 하고 싶어요. 힘드시더라도 부탁드려요.


어제 저는 인생곱창을 먹었어요. 좋아하지 않는 메뉴인데 그 집이 참 맛나더라고요. 먹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거죠. 맛난 거 먹으면 기분 좋은 거~

혀만큼 빠른 게 없잖아요. 그래서 참아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맛난 거 해드리고 싶어서 공부하고, 어제와 다른 거 해드리고 싶어서 부지런을 떨어요. 그렇지만 제가 요즘 갱년기라는 거~

매너가 없거나 공용시설 사용에 에티켓이 없는 분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죠.

뭐 어쩔 수 없지만 파르르 거렸다가 또 이해하고~` 뭐 그러기를 벌써 몇 개월 했네요.

앞으로 이 회사에 얼마나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다니는 동안은 즐겁게 일해야겠죠?

9월 ~ 맛나게 한 번 시작해 볼게요.

님들도 9월부터는 좋은 일만 생기시길 바랄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