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대용량 코다리 조림
나의 하루는 새벽 2시부터 시작이다.
새벽 2시에 일어나 글 쓰다가 6시나 7시부터 출근준비를 하고 8시 정도에 집에서 출발한다.
9시 회사 도착하면 10시까지 오전에 드신 걸 치우고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정도 식사준비를 하면
12시부터 1시까지 중식시간이다. 쉬고 나서 또 2시간 일해서 5시까지 저녁을 차려놓으면 된다.
오늘은 휴일이었지만 나의 평일루틴이 그대로 적용되어 새벽 2시에 일어나 작품정리를 하였다.
감독님과의 어제 미팅을 까먹기라도 할 까봐 열심히 일했는데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컵라면이라도 하나 먹을까 했는데, 순간 드는 생각이 동네 친한 식당에 코다리 조림 해주기로 한 게 생각이 났다. 부랴부랴 8시 30분쯤에 차를 몰고 나가 코다리조림을 해 놓고, 그 식당에 출근하는 언니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오늘 브런치에 글 올리는 날이라는 게 기억났다.
저번주는 감기로, 이번 주는 건망증으로!
결국 지금 작업실에 앉으며 '오늘은 뭐 하지?' 생각했으나 결론은 코다리 조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 예쁘게 다시 찍어올걸, 결국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써야 할 판이다.
사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함바집, 한식뷔페. 구내식당 단골메뉴가 바로 코다리 조림이니까!
준비물 : 코다리조림 10킬로 한 박스, 무 5개. 대파 한 단, 다진 마늘, 다진 생강. 고춧가루 (고은 거, 김치용) 물엿, 간장. 후춧가루, 꽈리고추
오늘 이렇게 대용량이라고 딱 적어 놓는 이유는. 정말 자주 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1. 언 코다리 10킬로 한 박스 물에 대충 씻기
2. 무 다섯 개를 반갈라 대충 큼직하게 썰어서 냄비에 깔기
3. 대충 씻은 언 코다리 무위에 붓기
4. 물엿(8킬로짜리) 반을 골고루 뿌린다.
5. 냄비에 뚜껑을 덮고 십 분 정도 지나서 뚜껑 열어서 물이 생겨 자박자박 끓으면
간장 한 대접을 뿌리고. 고은 고춧가루 다섯 국자를 뿌리고. 굵은 고춧가루 다섯 국자를 뿌린다.
그리고 다진 마늘, 생강을 넣고 뚜껑을 연채 불을 최대한 세게 하고 조린다.
6. 중간중간 국물이 끼얹어가며 조림상태를 확인한다.
7. 국물이 어느 정도 있을 때. 대파와 꽈리고추를 넣는다.
8. 윤기가 돌고 꽈리고추가 어느 정도 숨죽였다 싶을 때~ 불 끈다.
팁
이걸 이렇게 대충 설명하는 걸 보시며~ 뭐래?라고 생각하실 거 같은데
정말 쉽습니다. 어느 회사에 있을 때 전처리 여사님이 소금물에 절여놓아야지 코다리가 안 부서지는데~ 하면서 굳이 굳이 코다리를 해동해서 씻어서~ 지느러미 발라내고~ 소금물에 담그시는데. 제가 딱 한번 그렇게 하게 하고~ 다음날 제가 그냥 한 것과 소금물에 담은 것과 비교해서 보여드렸습니다.
소금물에 담근 거는 질겨지고 육질이 안 부드러워서 다들 힘들어했습니다.
생선조림, 아무리 잘해도 부서집니다. 어느 정도 부서짐은 각오하시되 물엿을 쓰는 이유가 그런 이유기 때문에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코다리 자체가 반건조라서! 많이 안 부서집니다.
간장, 정확한 비율 모릅니다. 그냥 양을 보고 대충 어느 정도 넣으면 대부분 맞아떨어지더라고요.
물엿만 넣고 뚜껑 덮고 끓이면 무에서 물이 알아서 생깁니다. 단짠이 1대 1 비율이라고 했죠? 물엿 넣었으니까 단건 되었고 이제 짠 것만 넣으면 되는데 진간장 하나면 되니까 대충 물엿 넣었는 거만큼 넣는다고 생각하세요. 물엿이 설탕보다 달지 않고, 그리고 무에서 물이 많이 생겼고, 이러니까 간장을 물엿만큼 넣는다고 엄청 짜지 진 않아요. 고춧가루는 고운 거랑 굵은 거 같이 쓰면 색이 고와지는데 혹시나 꽈리고추가 없다면 청양고춧가루 한국자 정도 추가하시는 게 좋아요. 살짝 매운맛이 돌아야 비린내도 덜하고 맛나거든요.
마늘. 생강도 그냥 적당량. 없으면 생강가루도 좋고 생강차도 좋고~
기억해야 할 것은 물을 넣지 않는다. 물엿으로 무에서 물이 나오도록 한다.
물이 나오고 난 뒤 양념한다. 양념 후에는 센 불로 해서 조린다.
파나 고추는 마지막에 넣어 한번 더 조린다.
시간 있으면 중간중간 양념물을 국자로 퍼서 끼얹어 준다.
쉽죠?
지금 방금 하고 왔는데 다들 엄청 편하게 한다고 말하시더라고요.
음식을 할 때! 간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고춧가루가 너무 적으면 양념이 빨리 안쫄고
고춧가루가 너무 많으면 양념이 빨리 타버립니다.
당연한 원리죠? 그 적당량은 눈으로 보면 알 수 있답니다.
어? 왜 양념이 빨리 안 졸까? 그럼 살짝 고춧가루 한 스푼 더 집어넣으시고
중간에 간을 봤는데~ 앗 왜 단맛이 강할까? 싶으면 참치액 슬쩍 한국자 넣으시고
중간에 간을 봤는데~ 윽! 짜! 싶으면 물엿 한 바퀴 더 두루시고!
마지막에 진짜 망했다 싶으면~ 아 역시! 인생은 돈으로 배우는 거구나! 하면 됩니다.
이 무슨 개소리냐고요?
겁내지 않으면 뭐든 무서울 게 없다는 말이죵.
다들 저보고 왜 미리 양념을 개어놓고 안 하냐고 말하시는데
전 그렇게 하면 더 힘들더라고요.
오늘은 사담도 많이 하고 놀고 싶은데 집에 있는 네 마리 냥이들이 절 가만 안 두네요.
다들 휴일 잘 보내시고 감기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