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카시
철거민
우후죽순 솟는 아파트
분양권은 먼 나라 이야기
철거 통보 들이닥치고
응아응아
울음 젖는 낮은 창
- 왕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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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철거민」은 급속한 도시 개발의 그늘 아래 밀려나는 이웃들의 삶을 담은 디카시다.
"우후죽순 솟는 아파트"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고층 건물들을 상징하며,
"분양권은 먼 나라 이야기"라는 구절은 서민들에게는 현실이 아닌, 꿈같은 이야기로만 남는 부의 상징을 말한다.
"철거 통보 들이닥치고"는 폭력적으로 찾아오는 개발의 손길을,
"응아응아 울음 젖는 낮은 창"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약자들, 특히 아이의 울음소리로 대변되는 가족의 고통과 무력함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낮은 창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낮은’ 삶의 조건과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눈물 젖은 현실을 응축한 시적 이미지다.
시인의 말
화려한 신축 아파트가 솟을 때마다, 누군가는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다.
분양권이라는 말조차 낯선 이들에게 철거는 일방적인 통보로, 울음은 삶의 배경음처럼 깔려 있다.
저 ‘낮은 창’ 아래, 아이의 울음은 단지 배고픔이나 투정이 아닌,
삶이 위협받는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존재의 비명이었다.
이 시는 도시의 성장 이면에 감춰진, 한 가정의 절박한 숨소리를 붙잡고 싶었던 순간에서 태어났다.
눈부신 개발의 이면에서 묵살되는 목소리를, 문학의 언어로 잠시나마 세상에 내어 놓고 싶었다.
철거민은 우리 이웃일 수 있고, 어쩌면 과거의 나일 수도 있다.
그 기억이 흐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울음이 언젠가 웃음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 왕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