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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향

제7회 전국 윤동주시낭송대회 / 금상 수상

#수필

별 하나, 시 하나, 금상 둘 / 왕나경


처음 윤동주의 시를 만났을 때, 그 낯설고도 선명한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속으로 파고들어야 했다. 이해하고 공감하고, 마침내는 시 안에 나를 녹여 넣는 일. 그것이 낭송이었다.


2023년, 처음으로 금상을 받았다. 감격과 고마움이 뒤섞인 벅찬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윤동주의 시를 제대로 알기 위해, 그 시어가 태어난 시대와 마음을 들여다보는 인문학이 내게 필요했다. 시가 머문 자리에 시대와 사람, 역사와 언어가 겹쳐 있었다.


낭송은 결국 육화의 예술이다. 시인의 언어를 나의 목소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 윤동주의 ‘참회록’을 부를 때는 눈동자 속에 맴도는 어둠과 빛의 경계를 느꼈고, ‘서시’를 읊조릴 때는 한 사람의 청년이 되어 별을 노래하고 싶어졌다. 그의 짧은 생애가 남긴 언어의 힘을 가슴 깊이 받아 안으며, 나는 나만의 윤동주를 만났다.


2025년, 다시 한 번 제7회 전국 윤동주 시낭송대회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금상을 받았다. 감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값졌던 것은, 시를 통해 삶을 다시 배우고 있다는 자각이었다. 시는 문장으로 머무르지 않고, 나의 몸과 마음을 스쳐 지나 현실을 조용히 바꾸고 있었다. 말투가 달라지고, 시선이 달라지고, 세상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수상은 어쩌면 덤일지도 모르겠다. 윤동주의 시를 오랫동안 곁에 두고 살아낼 수 있었던 시간, 그 자체가 기쁨이자 선물이었다.

시 한 편의 낭송이 사람을 바꾸고, 삶의 진실을 증명한다. 그 진실을 따라 걷는 길 위에, 나는 여전히 윤동주의 시를 품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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