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이야. 너무 착하게 살 필요 없어"
"정서방 왜 그렇게 가르쳐~. 착하게 살믄 좋지. 옛말에도 있잖은가. 착한 끝은 있어도 나쁜 끝은 없다고."
"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착하게 사는 건 에이,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어 끝이 있고 나쁘게 사는 건 계속 악랄해 질 수 있으니 끝이 없다는 거예요?"
"아니. 착하면 끝이 좋고, 나쁘면 끝이 안 좋다고."
"아..."
2.
"정 서방. 저번에 올라왔을 때 우리 성당 신자 중에 자살한 사람 있다고 했잖아. 증권사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능력도 출중하고 얼굴도 아주 잘 생긴 사람이었어. 사정을 들으니 투자한 곳에서 부도를 크게 냈더라고. 워낙 일을 잘하고 성실하니 은퇴한 대학 교수 포함해서 그 사람한테 돈 맡긴 사람이 많은 가봐. 백 억 넘는 금액이 부도가 났대. 몇날 며칠 알고 지내는 사람 집에 들어가 외출도 안 하고 사람도 안 만나다가 그런 일을 저질렀나봐. 너무 안 됐어. 자식이며 와이프도 불쌍하고. 작년에 가족끼리 유럽 여행도 다녀왔는데...옛날에는 성당에서 자살한 신도는 미사를 안 지냈거든. 신부님마다 다르기도 한 데 우리 신부님은 해 주더라고. 그런 영혼도 구해야 한다고...나도 그게 맞는 거 같아."
3.
"여보, 뭐 먹으러 가지?"
"글쎄, 오크밸리 맛집 해시테그로 인스타에서 찾아봐야 하나?"
"응 해 봤는데 죄다 고깃집만 나오네. 횡성이랑 가까워서 그런가?"
"정서방, 두부집으로 한 번 찾아봐. 장인어른이 원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잖나. 두부집 얘기 많이 했어"
"아 그래요? 리셉션 가서 물어보고 갈까봐요."
인스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곳은 원주고향집. TV에도 많이 나온 집인데 3번이나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았다. 리셉션에 물어보니 근처에도 맛있는 두부집이 있다며 가르쳐 주었다. 숙소에서 5분 거리의 연창순두부. 노란 조를 넣은 흰 쌀밥에 담백한 두부와 두부무침. 시금치며 깍두기가 너무나 맛있었다.
"어머니 덕분에 두부집 잘 왔네요. 어머니가 SNS보다 낫네"
4.
"정서방 요리 좋아하니까 내가 하나 알려줄까?"
"네~"
"나물 무칠 때는 이것만 기억하면 좋아. 유명한 요리사들이 TV 에 나와서 알려준 거야. 이 배합으로 양념장을 만들고 조물조물 하면 끝나. 국간장 1스푼, 참기름 2스푼, 까나리액젓 3스푼, 들기름 4스푼. 1대 2대 3대 4."
"들기름이 제일 많이 들어가네요."
"응 그래야 향이 좋으니까."
"맛간장을 쓰라는 사람도 많던데."
"맛간장이 별거 없어. 간장에다가 사과, 양파 같은 걸 넣어서 만드는 게 맛간장인데 없으면 국간장으로만 만들어도 돼."
5.
"내 주변 사람들은 딸내집에도 그렇게 안 갈라고 하대. 불편하다고. 사위 불편하다는 사람도 많고."
"그니까요. 어머니가 얼마나 복인지 아시겠죠. 이런 사위 없어요. ㅎㅎ"
"그러게. 근데 자네 와이프가 그러대. 자기랑 애들은 나 오는 거 마냥 좋아도 사위는 그렇진 않을 거라고."
"네? 아니에요. 좋아요. 이 사람은 진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니까..."
"엄마, 정서방 말 믿지 마. ㅎㅎ"
"정서방 내가 웃긴 얘기 하나 해줄까?"
"네"
"아들만 둔 집은 길에서 죽고, 딸만 둔 집은 부엌에서 죽는다네"
"하하, 저도 옛날에 들었어요."
"아들 둔 집은 이 집 저 집 쫓겨다니다 길에서 죽는다는데 나는 딸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어머니 우리 집에 오면 주방에만 계시잖아요. ㅎㅎ 애들 밥 먹이랴, 딸 밥 주랴, 사위 밥 챙기랴."
"호호. 그렇긴 하네. 정서방, 우리 엄마는 어땠는지 아나? 옛날에는 60만 넘어도 진짜 할머니였어. 한번씩 엄마가 우리 집에 오셨는데 밥 해 주는 게 어딨어? 자리에 앉아 계시면 내가 해다가 날랐지. 장인어른은 여행 시켜드리기 바쁘고. 그때는 시부모님과 한 집에서 살 때였는데 어머니도 불편했지. 바깥 사돈 어른하고 겸상을 못 하니까. 그래서 밥상도 따로 차렸잖아. 그런데 나는 60이 넘어도 딸네 집에 와서 밥 차리고 있네. 세월이 참 빨라."
6.
"정서방이 읽어보라고 준 책(김영하 작가의 <검은꽃> 읽고 있는데 소설가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어떻게 그런 이야기며 사람들을 만들까? 정말 대단해. 정말"
7.
"와 여기 꽃 좀 봐. 너무 이쁘다. 애들아 꽃 좀 봐라 x 10"
(장인어른 살아 계실 때가 생각난다. 봄날 함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가면 장모님은 꽃을 보며 와, 와 연신 감탄사를 날렸고 그런 장모님을 보며 장인어른은 그러셨다. "정서방, 자네 장모는 저렇게 꽃만 보면 감탄을 하네. 그런 점이 참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