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글쓰기-엘레베이터>
아이들이 크면서 집이 좁은 것 같아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어떨까 가족 회의를 했다.
지금 생활 반경이 좋으니 같은 아파트 다른 동으로 가는것으로 전원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있었으니 무조건1층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좀 컸고 꼭 1층이 아니어도 되지 않느냐고 설득했지만 아이들은 완강하게 1층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했다.
실은 남편도 나도 이왕이면 1층이면 했다.
문제는 1층 집만 고집하면 원하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고,
부동산 사장님께서 나중에 팔 때 골치가 아프니 절대 사지 말라고 말리셨다는 것.
지금 집이 좁은 것 외에는 만족스러웠던 우리는 결국 이 집에 그대로 살기로 했다.
1층에 산지 10년째,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우리 가족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1층의 매력이 무엇이냐 하면..
당연히 층간소음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둘째가 태어나고 살았던 집 아랫층에는 하루 종일 집에 계시는 예민한 할머니가 계셨다. 놀이매트 7개를 깔고 나름 조심했지만 오전에 매트를 걷고 청소하는 사이 아이가 잠깐이라도 뛰면 할머니는 작대기 같은 걸로 천정을 마구 두드리셨다.
편지를 써서 먹을 것과 함께 시끄러우면 전화 연락 달라고 말씀드렸지만 두드리는 것은 멈추지 않았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남편과 나는
'다음 집은 무조건 1층으로 하리라.'
'빚을 왕창 얻어서라도 더이상 옮겨다니지말고 우리집을 장만하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집이 생겼다. 거기다 1층이다.
오래된 집이었고 샷시를 바꾸지 않고 들어갔더니 외벽과 맞닿은 안방에서는 한겨울에 입김이 나왔다.
그래도 우리는 행복했다.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는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고 겨울이면 작은 방에 옹기 종기 모여서 같이 잠을 자면 됐으니까..
2년을 살고 1층 집 고르는 노하우를 익혀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왔다.
이 집에 살면서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1층의 매력에 빠졌다.
창문을 열면 나무들과 오솔길이 보인다. 봄이 되면 목련이 피고, 초록 초록 잎이 무성해지면 여름이구나 싶다가, 가을이되면 붉은 색 낙엽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커피 한잔 들고 창밖을 보면 비싼 카페가 부럽지 않다.
겨울이면 아이들이 집 앞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모습을 거실창으로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또 아주 큰 장점은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재활용 쓰레기를 잔뜩 들고 엘레베이터 한번에 내려가려고 잡고 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출근할 때 엘레베이터가 빨리 안와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다.
누가 집앞에 왔다고 하면 몇초만에 슝하고 달려나갈 수 있다.
엘레베이터에서 아빠를 잃어버려 트라우마가 생긴 첫째를 보면서 우리가 1층에 산게 참 다행이다 싶다.
코로나 2년 동안 1층의 매력은 최고조에 달했다.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은 거실 바닥에 마스킹 테이프로 금을 그어놓고
피구도 하고 사방치기도 했다.
거실은 씨름장이 되기도 했고 너프건을 쏘는 사격장으로도 변신했다.
우리집에 왔다간 아이 친구들은 우리도 1층으로 이사가자고 부모에게 졸라댔다고 한다.
소소한 장점이지만 전자드럼을 놓을 수 있다는 것.
남편이 취미로 드럼을 치고 전자 드럼을 들이고 싶어했다.
알아보니 전자 드럼이지만 발로 킥을 할 때마다 아래층에 소음이 전달되서 1층이 아닌 집에서는 전자드럼을 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층간 소음 다툼에 민감한 우리는 1층이 아니었다면 전자드럼을 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다. 좁은 거실에서 드럼도 치고 사방치기도 하고 정신은 없지만 1층에서 삶을 100프로 누리고 있다.
아이 친구들이 지나가다 베란다에서 첫째 이름을 부르며 깔깔깔 웃는다.
신난 첫째는 잠깐 나가서 친구들과 놀다 온다고 했다.
흡사 30년전 "~야, 놀자."라고 우리집 대문 밖에서 나를 부르던 친구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차에 놓고 온 물건을 금방 찾으러 갈 수 있다는 것.
보는 눈이 많아 은근히 안전하다는 것.
실내화 놓고 학교 가도 금방 집에 와서 가져갈 수 있다는 것.
이사할 때 사다리차를 사용하지 않아 이사비용이 싸다는 것.
엘레베이터 이용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일반 사람들이 1층에 살지 않는 수많은 이유에 대적할만큼
우리 가족에겐 1층에 살아야만 하는 끝도 없는 1층의 매력이 있다.
아..쓰다보니 우리집에 정말 너무 좋잖아.
콩깍지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매력 터지는 이 집에 그냥 사는 걸로 하자. 꽝꽝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