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계정

그 간극

작년 말 쯤 내 휴대폰에 설정해 두었던 패턴을 잊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내려 하고, 패턴을 종이에 그려가며 이틀에서 사흘을 패턴을 기억해 내는데 다 써도 기억나지 않았다. (분 단위에서 24시간 후가 되도록)

결국 최후의 보루로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일정으로 통화는 필수였기 때문에 삼성서비스센터에 가서 공장초기화를 했다.

그렇게 내 휴대폰에 저장되었던 그동안의 사진과 영상, 기타 앱이며 연락처까지 싹 지워졌다. 처음엔 왠지 너무 막막하고 언제면 정리하나... 아까운 사진과 영상..ㅠㅠ...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필요한 앱만 설치하고 인스타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열흘정도를 지냈더니 마음이 참 편해졌다. 그 작은 앱 안에 아주 거대하고 방대한 세상과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과 또는 아닐지도 모를 지인 정도의 사람들의 삶이 스크랩된 그 온라인세상이 나에게 주는 압박과 불안은 생각보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로 인한 자책은 나를 더 좋아하기 힘들어졌고, 한심하게도 초점없는 걱정들은 더 나 스스로를 질책하게만 했다.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도 방향을 정할 수도 없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sns를 한다. 인플루언서가 되려고 배우고 애쓰며 온라인에서의 화려한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쏟아지고, sns안에는 진실이든 거짓이든 많은 이들의 삶이 화려하게 그려진다.

자기PR 시대에 SNS가 주는 성공은 크고 왠지 더 빛나보인다. 허황된 것 같다가도 그냥 '나'같다는 비교적 평범하다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성공한 사례가 넘쳐나다 보니 왠지 나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관종'이 되고 싶어지는 마음이 커진다. 나는 게다가 소심한 관종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삶을 한 때 동경했고, 아직도 가끔 부러워한다. 남의 삶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나를 갉아먹는다.


87년생인 내가 어릴 적 시대에는 지역의 온라인 게시판이 첫 온라인 세상이었고, 세이클럽과 버디버디같은 채팅프로그램에서 네이트 싸이월드로 번져, 또 다시 페이스북으로, 그리고 또 인스타그램으로 유행은 번져 옮겨갔다.


세이클럽

버디버디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렇게 통로만 바뀌었을 뿐이지 나와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이 만든 세상으로 자연스럽고 아주 당연한듯이 유행에 맞춰 들어간다.


이런 소셜네트워크는 세상과 사람들을 더욱 양극화하는 것 같다. 그 세상 속에서 나 자신마저 양극화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의 양극화, 생각의 양극화, 성격의 양극화가 내 의사와 상관없이 그냥 속절없이 나 스스로가 무너지기도 한다.

저그런 나로 몰락해 가는 기분이 든다.



왜 그런지 이유도 제대로 모른채 나는 그냥 불평불만, 소심한 짜증쟁이가 되어 타인의 스토리와 피드를 무심한척 넘기다가 내 현생에 가족 소중하고 사랑하 내 가족들에게 불똥을 튀기곤 했다.

나는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도, 잘 알지도 못했지만 분명 비 주체적이면서도 비 논리적 이유인 그냥 그랬다. 그랬다기 보단 그렇게 됐다.


단 며칠이었지만, 인스타그램없이,.. 그 어떤 다른 창구없이 지낸 이주간의 시간은 꽤 평화롭고 안정적이라고 느껴졌다. 그 시간동안 나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지도, 스치듯 들여다보다 욱하거나 울컥하지도 않아졌다.


그냥 나는 나의 시간을 묵묵히 그.냥. 살았다. 묵묵히 살았은 뿐인데 편안했다. 정말이다. 꽤 편안했다. 그러나 또 궁금함을 떨칠 순 없었다. 슬쩍슬쩍 아니....슬쩍이라기보다는 한번씩 나를 흔들정도로 탕탕탕 문을 두들기며 흔들고 갔다는게 맞을 것 같네.



고요히 내 일상에 집중하는 삶과 동시에 불현듯 차오르는 불특정 불안감이 공존했다.


이주쯤 되었을 때 인스타그램 다운을 받고 다시 로그인을 해 타인의 일상과 생각을 훔쳐본다. (훔쳐본다기보다는 그냥 보라고 올린걸 보는 거지만 때론 훔쳐보는 기분이 들기에..)


이 삶은 여전히 복잡한 감정이 들게 한다.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거나 나를 그런 잣대에 올리지 않으려한다.. 그만큼 불행한 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그게 잘 되지는 않는다.

내가 올리는 게시글이나 스토리에 공감을 받고 싶기도 하고, 알리고 싶기도 하다.

음..그래서 게시나 공유를 하는 거다.



그런데 내 존재가 SNS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거나. 내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SNS가 왠지 필요하다. 왠지 공유하고 싶다. 왜일까? pr을 위해 필요한게 아니지만 그냥 개인적인 다양한 이유 어떤 것들로...?


나는 비정기적 휴면계정을 선택했다. 어디에도 그런건 없다. 이건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고 개인적 핑계이자 이유로 자발적인 비정기적 휴면계정은 나를 조금 자유롭게 한다.



남과. 비교할만한 / 비교될 만한 게시글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보지 않지만 그냥 흘러가는 스토리같은 게시글에선 그냥 그대로. 흘러가게 두도록 선택했다.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남과 같은 시간을 살려고 노력하지도 않지만, 내 시간을 그냥 흐르게 두지도

않는다.



나의 계정이 휴면상태라고 해서 내가 그런 상태이지도, 내 계정이 바쁘게 돌아간다고 내가 잘 나가는 그런 상태도 아닌 것을.




늦었지만 휴면상태여도 나는 괜찮다는걸 알았습니다.





나의 계정은 휴면상태여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또 내가 좀 못 지내면 어떤가요?



나는 내 나름의 고군분투로 오늘을, 또 내일을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어제도 내일도 괜찮았고, 괜찮을거다.


괜찮은 오늘을 오늘도 보내고 왔습니다.



비교하던 삶에서 도망치고 있습니다.


그게 편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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