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에 갔던 어느날, 가득 채우려는 욕심
접시에는 담을 만큼만
오래 전 어느날, 가족들과 호텔뷔페에 갔었다.
뷔페에는 참 다양한 음식이 섹션별로 많이 놓여져 있었다. 게다가 바닥이 보이지 않게 늘 꽉꽉 채워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기호에 맞게 음식을 담아 자리에서 먹고, 또 담으러 일어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며 비싼 호텔에서의 식사에 내가 자리하고 있음을 한껏 교양있게 부티나게? 여기며 호텔 뷔페를 즐기는 것 같았다. 물론 다양한 음식을 다양한 전문 쉐프들이 준비한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뷔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어떤 음식 전문점에서든 내가 먹고 싶은 맛있고 따뜻한, 한끼를 위한 음식을 먹는게 좋다. 그런데 가족의 성화로 가끔 뷔페나 프렌차이즈 샐러드바에 가면 꼭 꽉꽉 채워 먹어야 할 것 같은 손해보고 싶지 않은 거지근성같은 가난한 마음이 솟아난다.
그래서 내가 먹을 수 있는 양보다 여기 왔으니 다양한 것을 먹고 최대한 내가 치른 금액대에 상응하는 양으로 승부하고 싶은 가난한 마음이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자주 올 수 없고, 비싼 돈을 내는 이 곳에서 충분히, 아니 분에 넘치게 채우고 가야 할 것만 같았다.
아까운 마음이 드러난다.
담아낼 수 있는 양이 분명한 접시를 들고 더 담고 싶어 기웃댄다.
관계에서도 그런 것 같다. 나는 소소하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지만 늘 마음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외롭지만 자립이 우선이라는 얄팍한 자존심이 따뜻하여긴 관계에서도 더 담고 싶어 짧은 시간 혼자 동동 애를 쓰는 마음으로만 들이대다가 곧 어떤 허기짐이 또 나를 괴롭힌다.
뷔페에 가면 접시에 담아낼 수 있는 양과 음식은 정해져 있고, 나는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보다 늘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한 껏 담지 못하는 나를 책망한다. 왜 남은 저렇게나 담아내고 저렇게나 우아한 것 같은데, 나는 왜 치졸하게 가난한 마음으로 채우려고 하는지.
내 마음 접시에서 덜어낼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난 자꾸만 채우고 싶다. 어떤 식으로 채우면 좋을지 방향을 정해가고 있는거겠지?
지금은 가끔 뷔페에 가면 적당한 양을 덜어 먹는다. 하지만 여러번 가서 기웃거리긴 마찬가지이다. 나는 그 가난한 마음을 버리고 접시에 담을 만큼만 담아 잘 소화해내고 싶다. 가끔 가족과 뷔페에 간다면 그러고 싶고, 그것보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맛있는 한끼를 먹는게 좋다.
나도 그런 건강하고 단정한, 그러면서도 멋드러진 ! 맛이 분명하고 갖춰진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 나를 찾게 만드는 그런..
뷔페에 갔다 무리하게 채워서 체하는 날은 거의 없지만 부담 때문에 여전히 간혹 체하는데 체하는 날이 줄어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