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라이언7/출처-BYD
단 한 대도 팔지 못한 브랜드가 중고차 사업부터 시작했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BYD(비야디)의 한국 내 행보다.
지난 1월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BYD는 아직 사전계약한 고객들에게 신차 한 대도 인도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최근 ‘BYD코리아오토’라는 이름의 중고차 수입·유통·판매 법인을 새롭게 설립했다.
BYD의 ‘신차 없는 중고차 사업’은 단순한 혼선이 아니다. 렌터카, 택시, 기업용 차량 등 플릿(법인차) 시장까지 겨냥한 장기적 전략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감가상각이 빠르기 때문에 중고차 유통망 확보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시장 확대의 기반이 된다. 이는 신차 판매와 중고차 재판매가 연결된 생태계를 한국에서 먼저 구축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BYD가 이런 대담한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강력한 배터리 기술과 수직계열화 구조가 있다.
BYD로고/출처-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BYD는 이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5분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 기술을 공개하며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속도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였다.
이처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제품 경쟁력에 더해, BYD는 한국 시장에서 단순한 ‘저가 전기차’ 이미지를 탈피하려 하고 있다. 프리미엄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고급 서비스망 구축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BYD코리아오토 설립/출처-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은 순탄치 않다. 올해부터 시행된 친환경차 보조금 규정에 따라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 상태 정보를 외부 충전기에 전송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BYD 차량에는 이 기능이 빠져 있어, 정부의 인증 절차를 마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전계약을 받은 ‘아토3’ 차량은 평택항에서 수개월째 출고되지 못한 채 대기 중이다.
아토3/출처-BYD
BYD는 해당 기능을 1년 내 개발해 무상 업데이트하겠다는 확약서를 환경부에 제출했지만, 이는 아직 수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BYD는 중고차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내 쌓여 있는 중고 전기차 재고를 한국 시장으로 유통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의 중고차 평균 가격은 1천만 원대 초반으로,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다.
BYD의 일련의 행보는 단순한 시장 진입이 아니다. 신차와 중고차를 아우르는 판매 구조를 동시에 구축하고,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복합적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규제를 넘어서기 위한 기술 보완, 서비스망 확충,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 등도 병행되고 있다.
아토3/출처-BYD
국내 업체들에겐 새로운 도전이자 위기다. BYD의 본격적인 진입은 한국 전기차 산업의 판을 흔들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