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도/출처-쉐보레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북미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자, 제너럴 모터스(GM)의 핵심 수익원인 픽업트럭 생산이 멈췄다.
생산이 중단된 곳은 멕시코의 실라오 공장으로, GM은 이를 “표준 운영 절차”라고 밝혔지만 이례적으로 길어진 중단 기간과 맞물려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對)멕시코 수입 관세 강화와 공급망 혼란, 전기차 전환 전략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져 GM의 글로벌 생산 전략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GM은 7월 초부터 멕시코 내 주요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멈춘 곳은 북부 코아우일라에 위치한 라모스 아리수페 공장과 중부 실라오 공장으로,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등 북미 시장 핵심 모델들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특히 실버라도는 GM의 ‘플래그십’ 모델로, 이번 생산 중단은 단순한 정비나 설비 조정 차원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버라도/출처-쉐보레
GM은 이번 조치를 “생산을 최적화하기 위한 정상적인 운영 절차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중단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GM은 지난 6월에도 멕시코에서 생산되던 중형 SUV의 일부 생산을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라모스 아리수페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도 축소되고 있어, 이번 조치가 단순한 ‘표준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공식 일정에 따르면 실라오 공장은 7월 초 2주간, 8월 4일부터 다시 2주간 생산 라인을 멈출 예정이다.
GM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된 수순”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자동차 업계는 다른 시각이다.
실버라도/출처-쉐보레
업계 관계자들은 실버라도와 시에라가 GM의 전체 수익을 견인하는 핵심 차종이라는 점에서, 이들 모델을 생산하는 공장의 장기 가동 중단은 극히 이례적인 조치라고 보고 있다.
특히 실라오 공장의 경우 연중무휴 24시간 가동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번 중단은 더욱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기준 GM은 실버라도 27만 8599대, 시에라 16만 6409대를 판매하며 각각 전년 대비 2%, 12%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판매 호조 속에서 생산을 멈춘다는 점 역시 의문을 키우는 요소다. 브랜드는 멕시코 외에도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미시간주 플린트,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에서 해당 모델을 생산하고 있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다만, 실라오 공장만큼의 생산 규모를 대체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생산 중단이 단순한 공정 조정이 아니라 미국과 멕시코 간 무역 갈등 및 미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일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멕시코산 차량에 대해 3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에 앞서 일부 멕시코산 수입품에는 25%의 추가 관세가 이미 적용됐다.
시에라/출처-GMC
이런 분위기 속에서 GM은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 중이다. 멕시코산 차량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는 불가피해진다. 전기차 생산 비중이 줄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GM은 멕시코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을 줄이는 대신, 내연기관 중심의 주력 모델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전기차 인센티브 축소와 맞물려 전기차 확대 전략을 조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이 자동차 업계 전반의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응해 생산 전략을 수정 중”이라고 전했다.
시에라/출처-GMC
이번 GM의 생산 중단은 단순한 공장 운영상의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관세 압박과 전략 변화라는 복합적인 맥락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후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