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5 카고/출처-기아
2024년 전 세계 경상용 전기차 시장이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한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국내 상황을 진단하며, 국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전략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AMA가 발표한 ‘글로벌 경상용 전기차 및 PBV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경상용 전기차 판매량은 약 66만 대로, 전체 경상용차 시장의 약 7%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기차 중에서도 상용 부문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T1/출처-현대차
국가별 판매량을 보면, 중국이 45만 대로 전년 대비 90%의 폭발적 성장을 보였고 미국은 2만 6000대로 55% 증가했다. 유럽은 다소 주춤하며 11만 7000대로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이와 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2024년 국내 경상용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52% 감소한 2만 1000대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연평균 26%씩 증가하던 성장세가 급격히 꺾인 것이다. 1톤 전기트럭이 초기에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수요가 LPG 트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이 같은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PB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PBV는 특정 목적에 맞춰 제작된 상업용 차량이다. 모듈화된 구조를 바탕으로 물류, 셔틀,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아 PV5 패신저/출처-뉴스1
현대차는 올해 모듈형 상용차 플랫폼 ‘ST1’을 공개했다. ST1은 물류배송 등 다양한 목적에 맞춰 설계된 전동화 플랫폼으로, 향후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해 무인 배송, 셔틀 서비스 등으로도 진화할 수 있는 구조다.
기아는 PBV 전용 플랫폼 ‘PV5’를 선보이며 연내 경기도 화성 오토랜드 내에 연간 15만 대 규모의 전용 PBV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올해 본격 양산이 예정돼 있다.
또한 KGM은 전통 강자였던 ‘무쏘’ 브랜드를 전기 픽업트럭 형태인 ‘무쏘EV’로 재출시하며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PBV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모델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어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며 “보조금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20년 안에 전체 차량의 절반이 PBV로 대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AMA는 경상용차가 전체 차량의 7%에 불과하지만, 탄소 배출은 1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심 내 물류와 통학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기 때문에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전동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기 상용차는 초기 비용은 높지만, 연료비와 유지비를 고려한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내연기관차보다 점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ST1/출처-현대차
글로벌 물류 기업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아마존, 월마트 등은 전기밴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곧 시장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고령자, 어린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맞춤형 이동 수단으로서 PBV의 가치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PBV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플랫폼으로, 무인 셔틀과 같은 차세대 기술과 융합될 수 있다”며 “국산 PBV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 지원과 충전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류센터, 복지시설, 유치원, 학원 등 실질 수요처에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시장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PV5 카고/출처-기아
국내 경상용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사이, 완성차 업계는 PBV라는 새로운 무기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말처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