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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던 곳 "줄줄이 폐업" 2만 명의 두려움

by 이콘밍글

1만 개 넘는 일자리 사라질 위기
여수·대산 고용 기반 흔들린다
정부·금융권, “뼈 깎는 각오”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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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 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을 최대 25%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석유화학 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의 길목에 서게 됐다.



업계는 당장 1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고, 여수와 대산처럼 석유화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지역은 “생활 터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했다.


산업의 쌀, 이제는 짐이 됐다


한때 에틸렌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한국 제조업을 떠받쳐 왔다. 철강이나 반도체와 함께 수출 효자로 꼽히던 이 소재는 플라스틱, 생활용품, 전자부품 등 어디에나 쓰이며 성장의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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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 출처 : 뉴스1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의 공급 과잉, 중동 산유국의 정유 설비 확장, 세계 경기 둔화와 친환경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에틸렌은 과잉 생산과 가격 하락의 늪에 빠졌다.


국내 기업들은 호황기에 오히려 설비를 늘려 위기를 자초했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수익성도 추락했다. 정부가 최대 370만 톤 규모의 NCC 감축을 공식화하며, 10여 개 공장의 통폐합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고용, 연쇄 타격 불가피했다


가장 큰 충격은 여수에 집중됐다. 여수산단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중견·중소업체가 모여 있고,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이 2만 4천 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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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 출처 : 연합뉴스


여수시 전체 고용의 40%를 차지할 정도라 공장 2~3개만 닫혀도 하청업체와 자영업자까지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



대산도 마찬가지다. 고용 인원이 1만 명을 넘는 대산산단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인데, 감산 여파가 곧바로 고용 불안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역시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21일 금융위원회는 5대 시중은행과 국책은행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채권금융기관 공동협약’을 통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권은 기업이 자구책을 내놓으면 기존 대출을 유지하고 추가 지원도 검토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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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 출처 : 연합뉴스


다만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협력업체와 지역 사회를 배려하는 조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석유화학은 단순한 업종 하나가 아니라 한국 수출의 5대 축이자 지역 산업단지와 금융시장까지 연결된 기반 산업이다.



조선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던 것처럼, 석유화학도 지금의 고통을 넘지 못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중복 시설 통합과 함께 2차전지 소재, 친환경 제품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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