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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소비쿠폰'으로도 어쩔 수 없는 현실

by 이콘밍글

실질 지출은 9년 만에 최저
이상기후에 소비심리도 얼어붙어
쿠폰 효과? 업종별 온도차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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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지출 통계 9년만에 최저치 / 출처 : 연합뉴스


장바구니는 여전히 무겁지만, 식탁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겉으로는 소비가 늘어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의 ‘먹거리 소비’ 통계가 나왔다.



이는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국민들이 실제로는 먹을거리에 쓰는 돈을 줄였다는 의미다. 점점 오르는 식재료 가격에 국민들의 밥상 사정도 그만큼 팍팍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 현상에 먹거리 소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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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지출 통계 9년만에 최저치 / 출처 : 연합뉴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은 월평균 42만3천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명목 지출 기준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2.9%)을 감안하면, 실질 지출은 34만1천 원으로 1.0% 감소했다. 이처럼 소비 지출은 늘어난 듯 보이지만, 실제 장바구니에 담긴 품목은 줄었다는 의미다.



2분기 기준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실질 지출은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관련 물가지수는 125.33으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116.32)를 훌쩍 웃돌았다.



이렇듯 가계의 먹거리 소비 감소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고물가 흐름 속에서 가계의 허리띠가 한층 더 조여졌음을 보여준다.


폭염, 폭우에 고물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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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지출 통계 9년만에 최저치 /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먹거리 소비 감소엔 이상기후도 적지않은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31일 발표한 ‘집중호우와 폭염의 성장·물가 영향’ 보고서에서 “기상이변이 식료품 소비 감소의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폭염일 수는 2000년대 연평균 46일에서 2020년대 들어 67일로 급증했고, 시간당 50mm 이상 장대비가 쏟아진 날도 함께 늘었다. 이로 인해 채소·과일·축산물 가격이 들썩였고, 결국 소비자들은 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은 “폭염·폭우가 경제 전반에 주는 충격은 이제 일시적 영향을 넘어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폭우가 몰린 3분기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보다 0.1%포인트 낮아졌고, 물가 상승률은 0.3%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농림어업은 기상이변에 직접 타격을 받는 대표적 산업이다. 집중호우가 10일 늘어날 경우, 해당 부문의 성장률은 연간 2.8%포인트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10% 오르면, 3개월 후 외식 물가는 0.9% 오른다는 구조적 전가 효과도 함께 분석됐다.


소비쿠폰 효과는? “있긴 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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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지출 통계 9년만에 최저치 /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최근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이 소비 회복에 영향을 준것을 감안하면 가계 먹거리 소비지수는 당분간 둔화 국면에서 벗어나기는 힘들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17일까지 한 달간 전국 소상공인의 카드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6.44% 증가했다.



특히 피자, 국수, 초밥 등 소규모 외식업종의 매출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연 매출 30억 원 이상 매장에서도 매출이 늘어, 쿠폰이 없는 곳에서도 소비 회복 흐름이 감지됐다.



하지만 외식 소비가 증가했다고 해서 전체 먹거리 소비가 살아났다고 보긴 어렵다. 같은 기간 가구의 실질 식사비 지출은 0.2% 증가에 그쳤고, 전분기(0.4%) 대비 소폭 개선된 수준이었다. 여전히 둔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비쿠폰 등의 일회성 정책보다는 물가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원론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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