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수지 적자 / 출처 : 연합뉴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쓴 카드 결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한국의 관광수지는 여전히 적자였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액은 37억 9천만 달러(약 5조 27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55억 2천만 달러(약 7조 6800억 원)로 더 많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크게 늘고 소비 규모도 커졌지만, 한국 경제에 남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관광 수지 적자 / 출처 : 뉴스1
관광객이 많이 오고 돈도 쓰지만 그 흐름이 체류형·지역형으로 확장되지 못한다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서울시는 같은 날 7월 한 달 서울을 찾은 외국인이 136만 명으로 역대 최대였다고 밝혔다. 올해 1∼7월 누적 방문객은 82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늘었다.
증가세는 분명했지만 문제는 소비의 질이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외국인의 입국 경로 74.4%가 인천과 김포를 거쳤고, 제주를 통한 입국은 8.2%에 불과했다.
관광 수지 적자 / 출처 : 연합뉴스
이처럼 관광객과 소비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경제로 파급되지 못했다.
관광객들이 소비를 늘리지 못하는 데는 결제 인프라의 한계도 한몫했다. 비자카드 분석 결과, 2024년 외국인이 해외에서 발급받은 카드로 한국 대중교통 요금을 결제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교통카드를 따로 사거나 현금을 사용해야 했다. 배달앱은 한국 휴대전화 번호와 국내 카드가 없으면 이용할 수 없어 여행 중 일상 소비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불편은 관광객의 지출을 자연스럽게 얇게 만들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주 시내버스에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이 도입돼 외국인도 본국에서 쓰던 카드를 태그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관광 수지 적자 / 출처 : 연합뉴스
정부와 관광공사는 경북, 대구, 부산, 청주 등 전국 2만여 곳에 표준 QR 결제를 보급하며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결제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관광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관광객이 더 오래 머무르고 더 깊이 체험하며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결국 한국 관광의 미래 경쟁력이 된다는 지적이다.
결제를 어디서나 쉽게 하고, 소비를 서울에서 지역으로 넓히며, 단순 쇼핑이 아니라 체류형·체험형 소비로 이어지도록 체질을 바꾸는 것이 관광 흑자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