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왼)·8세대(오) 골프/출처-폭스바겐
독일에서 35년 세월을 건너뛴 자동차 충돌 테스트가 공개됐다. 1980년대 후반에 출시된 폭스바겐 골프 II와 최신형 골프 VIII이 동일한 조건에서 정면 충돌 시험을 치렀고,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더 극명했다.
구형 모델은 충돌 직후 실내 공간이 무너지며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된 반면, 신형은 구조적 손상 없이 탑승자를 보호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해당 테스트는 지난달 30일, 독일 최대 인증시험기관 데크라(DEKRA)가 공개한 것이다.
데크라는 유로 NCAP에서 사용한 표준 절차에 따라 두 차량 모두 시속 64km 오프셋 정면 충돌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에는 에너지 흡수를 고려한 변형 가능한 장벽이 사용됐으며 양쪽 차량은 시속 50~55km로 주행한 상태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폭스바겐 2세대 골프 충돌 테스트/출처-데크라
그 결과, 80년대 후반 출시된 골프 II는 차체 전면이 처참히 찌그러지고, 캐빈 내부가 완전히 붕괴됐다. 스티어링 휠은 운전석 방향으로 밀려들어 탑승자의 생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최신형 골프 VIII은 크럼플 존과 에어백, 고급 안전벨트 등 구조적인 안전 설계 덕분에 실내 공간이 유지된 채 충돌 테스트를 통과했다.
데크라의 교통사고 연구원 마르쿠스 에겔하프는 “이러한 조건의 사고에서도 신형 골프 탑승자는 가벼운 부상만 입고 차량에서 걸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번 실험은 단순히 충돌 결과에만 그치지 않았다. 제동력과 조향 성능, 조명 시스템까지 전반적인 차량 성능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세대 차이는 뚜렷했다.
폭스바겐 8세대 골프 충돌 테스트/출처-유로 NCAP
제동 성능에서는 최신 모델이 일관되게 앞섰다. 데크라는 “최신 골프는 테스트 종류와 관계없이 구형보다 약 30% 빨리 정지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다양한 속도 및 도로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수치다.
구형 차량은 기계적 상태가 양호했음에도 최신 모델의 제동력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조향 테스트에서는 더 명확한 차이가 드러났다. 시속 65km로 장애물을 피하며 차선을 변경하는 실험에서, 골프 II는 제어력을 잃기 시작했다.
반면 골프 VIII은 시속 75km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제어가 가능했다. 진보된 섀시와 서스펜션 덕분에 코너링 중 언더스티어 현상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폭스바겐 8세대 골프 충돌 테스트/출처-유로 NCAP
조명 기술 역시 두 모델 사이의 기술 격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구형의 노란색 할로겐 램프는 최신 차량의 백색 LED 헤드램프에 비해 도로 조도에서 현저히 떨어졌고, 시인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신형 골프에는 후면 LED 테일램프와 의무화된 세 번째 브레이크등이 적용돼, 야간 주행 시 후방 안전성 또한 크게 향상됐다.
마르쿠스 에겔하프 연구원은 “이번 실험은 지난 35년간 차량 안전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아무리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한계를 넘어서면 차량도 제어력을 잃을 수 있다”며 과도한 기술 의존에 대한 경계도 함께 강조했다.
폭스바겐 2세대 골프 충돌 테스트/출처-데크라
이번 데크라의 실험은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수준을 넘어, 안전이란 개념 자체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 내 기술 발전이 운전자와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