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퇴직자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은행에서 퇴직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안정과 복지를 자랑했지만, 최근에는 젊은 직원들이 떠나는 일이 잦아졌다.
정년 보장과 주택자금 대출 같은 혜택이 있어도 낮은 연봉과 답답한 조직문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안정이 아니라 성장과 보상, 그리고 자율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퇴직자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1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발적 퇴직자는 2020년 24명에서 2022년 39명으로 급증했고 2023년에도 35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잠시 24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8월까지 이미 22명이 퇴사해 연말까지는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입사 3년 차 이하 신입의 퇴사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2020년 6명에서 2023년 10명까지 늘었다가 잠시 줄었지만, 올해 다시 8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특히 20대와 30대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두드러졌고, 과거에는 드물던 20대의 퇴사도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었다.
한은은 주택자금 대출 같은 복지 혜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직원 1인당 최대 5천만 원 한도로, 전체 약 46억 원 규모가 지원되기도 했다.
한국은행 퇴직자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젊은 직원들은 “복지가 있어도 연봉과 성과급 차이를 메우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한국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814만 원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 평균인 1억 1840만 원보다 낮다.
2020년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조금 더 높았지만, 은행권이 금리 인상 효과로 실적을 키우며 처우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보수 격차 못지않게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도 크다.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경직된 보고 체계, 낮은 성과급 구조가 젊은 세대에게는 답답하게 다가온다.
한국은행 퇴직자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한은은 2022년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현장 직원들은 체감할 만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신의 직장’이라는 간판보다 직원이 실제로 느끼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급격한 연봉 인상은 어렵더라도 성과가 반영되는 투명한 보상 체계, 권한과 책임이 분명한 일하는 방식, 그리고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공공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젊은 직원들이 “여기서 배운 경험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