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 출처 : 뉴스1
국민연금 개혁은 늘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나라 살림을 지킬 것이냐, 아니면 노후의 삶을 든든하게 보장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최근 뒤늦게 공개된 보고서 한 장이 이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그동안 연금 기금이 고갈되지 않게 하자는 쪽에 방점을 찍어왔다. 보험료를 더 내고, 받는 돈은 줄이는 방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정반대의 신호를 보냈다. 지금처럼 제도가 유지되면 2050년 노인 빈곤율이 42퍼센트를 넘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국민연금 개혁 / 출처 : 연합뉴스
이미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인데,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거라는 분석이다.
여야는 지난 3월 어렵게 합의해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액은 조금 더 받는 방식으로 제도를 고쳤다. 그 덕분에 연금 기금이 바닥나는 시점을 조금 늦출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개혁은 숫자만 만진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왜냐하면 정작 중요한 문제, 즉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어떻게 나눠서 운영할지, 퇴직연금을 어떻게 키울지 같은 구조적 대책은 남겨뒀기 때문이다. 당장의 불은 껐지만, 더 큰 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말이다.
국민연금 개혁 / 출처 : 뉴스1
기초연금은 도입 이후 꾸준히 오르면서 지금은 월 30만 원이 넘는다. 덕분에 노인 빈곤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지만, 나라 살림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앞으로 노인 인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도 크게 늘어난다. 지금처럼 계속 올리다 보면, 2050년에는 필요한 돈이 100조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다. 60세 전후 ‘소득 절벽’을 맞아 연금을 받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이들이 많다.
일부는 아예 연금을 못 받고, 그나마 받는 사람들도 월평균 70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는 생활비와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개혁 / 출처 : 뉴스1
연금 개혁은 결국 선택의 문제다. 보험료를 조금 더 내더라도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장할 것인지, 아니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올려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기초연금은 가장 어려운 노인부터 생활비 수준에 맞게 지원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정년을 늘려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하고, 경험을 살려 쓸모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함께 가야 한다.
보고서가 던진 경고는 단순히 미래의 숫자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선택이 노후를 어떻게 바꿀지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