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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휴지" 환호에 숨겨진 불안한 진실

by 이콘밍글

싸게 산다, 하지만 그 대가는?
지마켓·알리 결합 조건부 승인
소비자 혜택, 중소기업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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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물류 공세 / 출처 : 뉴스1


앞으로 휴지 한 묶음, 전자제품 하나를 살 때도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손을 잡으면서 소비자는 ‘중국 직구 가격’에 가까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갑이 가벼워지는 순간, 다른 누군가의 매출은 무너진다.


소비자는 웃지만 시장 균형은 흔들린다


쿠팡과 네이버가 사실상 양분하던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에 세 번째 거인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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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물류 공세 / 출처 : 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알리의 해외직구 점유율이 37.1%, 지마켓이 3.9%로 이 둘의 점유율은 합산 41% 수준이다. 쉽게 말해 10명 중 4명은 이 두 플랫폼에서만 쇼핑한다는 얘기다. 두 회사의 월간 이용자는 1600만 명에 달한다.



지마켓이 쌓아온 20년 운영 경험과 알리바바의 인공지능·물류 시스템이 결합하면, 소비자는 더 싼 가격과 더 빠른 배송을 동시에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플랫폼과 동네 가게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초저가와 물류 공세, 버틸 곳은 몇 되지 않는다


알리는 2026년까지 11억 달러를 투자해 한국에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무료배송, 새벽배송까지 현실화된다면 소비자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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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물류 공세 /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이미 국내 플랫폼들은 적자 늪에 빠져 있다. 11번가, 롯데온, SSG닷컴 모두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일부 중소 플랫폼은 아예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당장은 이득을 보지만 결국 몇 개 대형사만 살아남고 선택지는 줄어든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유통 중소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중국 전자상거래 확산 이후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가장 큰 피해는 저가·면세 제품의 대량 유입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었다. 지식재산권 침해나 불법 재판매 문제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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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물류 공세 / 출처 : 뉴스1


그러나 피해를 입고도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 79%에 달했다.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대응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업계는 소액면세 제도 보완과 해외직구 제품의 인증·A/S 의무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 더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이 반갑다. 하지만 싸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열어두면 품질과 안전, 시장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



공정위가 데이터 분리 조건을 걸었지만,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품 인증, 판매자 보호, 소비자 피해 구제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지마켓과 알리의 동맹이 소비자에게 진짜 혜택을 주는 새 출발이 될지, 아니면 국내 유통업계를 뒤흔드는 파괴적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 정부의 대응과 업계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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