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을버스 환승 탈퇴 / 출처 : 연합뉴스
“이대로는 더 이상 못 버틴다.” 지난 20년간 서울 시내 곳곳의 실핏줄 역할을 하던 마을버스들이 결국 폭탄선언을 했다.
지난 20년간 누적된 환승 손실이 1조 원에 달한다며, 서울시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에서 탈퇴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다.
만약 이들의 선언이 현실이 되면, 우리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탈 때마다 1,200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사건의 발단은 ‘환승 할인’이라는 제도 속에 숨어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30분 안에 마을버스로 갈아타면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서울 마을버스 환승 탈퇴 / 출처 : 연합뉴스
편리한 제도지만, 마을버스 회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였다.
승객이 낸 요금 1,200원 중 절반인 600원가량만 손에 쥘 수 있고, 나머지는 환승 손실로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한두 명일 때는 괜찮았지만, 20년간 쌓인 손실액이 자그마치 1조 원을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조합의 김용승 이사장은 “승객을 많이 태울수록 오히려 회사가 더 가난해지는 기막힌 상황”이라며, 이는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서울 마을버스 환승 탈퇴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서울시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마을버스 업계의 주장을 “시민을 볼모로 한 부당한 압박”이라고 규정하며 유감을 나타냈다.
시는 마을버스 회사들의 경영난이 단순히 환승 할인 제도 때문만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지난 5년간 재정 지원금을 192억 원에서 412억 원으로 두 배나 늘려줬는데도, 배차 간격은 들쭉날쭉하고 운행률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울시는 지원금을 받는 회사들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봤더니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97개 회사 중 36곳에서 회사 돈을 대표이사 개인에게 빌려주는 등, 총 201억 원에 달하는 부적절한 자금 흐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서울 마을버스 환승 탈퇴 / 출처 : 연합뉴스
마을버스와 서울시가 서로의 탓을 하며 팽팽히 맞서는 동안, 애꿎은 시민들의 등만 터지게 생겼다. 지난해 12월 기준, 하루 평균 마을버스 이용객은 84만 1천 명에 달한다.
이들의 싸움이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당장 다음 정거장으로 가는 발이 묶이거나, 매일 수천 원의 교통비를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역시 기후동행카드나 한강 리버버스 같은 새로운 사업으로 재정 부담이 커, 마을버스에만 큰돈을 쓰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한다.
20년간 시민의 발이 되어준 마을버스와 서울시의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