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위기 / 출처 : 연합뉴스
“유학까지 보내놨더니, 이제 공장 일은 못 하겠답니다.”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려던 한 중소기업 사장님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평생을 바친 공장이지만, 자식 세대에게는 그저 낡고 힘든 일터일 뿐이다. 한때 대한민국을 먹여 살렸던 제조업의 공장들이 하나둘 멈춰 서고 있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제조업이 뿌리부터 흔들린다. 통계청이 내놓은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제조업의 위기 / 출처 : 연합뉴스
작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3만 개가 넘는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하루에 90개 가까운 공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공장이 멈추니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제조업에서만 1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증발했고, 경기가 얼어붙은 건설 현장에서는 무려 1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터를 떠나야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거센 추격이다. 우리와 똑같은 물건을 훨씬 싼 값에 만들어내니, 국내 공장들은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
여기에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여러 규제들도 기업들이 차라리 해외로 공장을 옮기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 / 출처 :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공장이 늙어간다는 점이다. 통계청 조사에서 처음으로 60세 이상 사장님의 수가 40대 사장님보다 많아졌다.
4년 전만 해도 40대 사장님이 훨씬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이는 고생해서 일군 공장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가업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젊은 세대들은 힘들고 먼지 나는 공장보다 편하고 깔끔한 직업을 원한다. 결국 평생을 바친 70대, 80대 아버지만이 낡은 공장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경영진이 늙어가니 세상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도 벅차다.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공장을 되살려야 하지만, 큰돈을 들여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제조업의 위기 / 출처 : 뉴스1
제조업의 위기는 고스란히 청년들의 아픔으로 이어진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60세가 넘은 어르신들의 일자리는 40만 개 넘게 늘어났지만, 정작 한창 일해야 할 20대 청년들의 일자리는 20만 개 넘게 줄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30대 젊은이들도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기업들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 많은 사람만 찾고, 젊은이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대기업은 오히려 직원을 더 뽑으며 성장하지만, 청년들이 일할 만한 수많은 중소기업은 힘을 잃고 쓰러지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가 무너지면서, 우리 아들딸들이 가장 먼저 길 위로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