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 청약 과열 / 출처 : 연합뉴스
“일단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을 버는데,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나온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 물량 단 3가구에 4만 8천여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시세보다 3억 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이다.
지난 2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의 계약취소분 3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총 4만 8304명이 신청했다.
무순위 청약 과열 / 출처 : 힐스테이트 제공
평균 경쟁률만 1만 6101대 1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치다. 이처럼 구름떼 같은 신청자가 몰린 이유는 단 하나, ‘돈’이 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7억 원 후반대로,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최소 3억 원 이상의 차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2가구는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끼고 사는 ‘갭투자’까지 가능해, 적은 초기 자본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무주택자들의 청약 열기에 불을 지폈다.
본래 ‘줍줍’ 청약은 미계약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이제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의 경연장이 된 셈이다.
무순위 청약 과열 / 출처 : 연합뉴스
‘줍고 줍는다’는 의미의 ‘줍줍’ 청약은 청약통장이나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한때 ‘전국구 로또’로 불렸다.
하지만 수백만 명이 몰리며 서버가 마비되는 등 과열 양상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무주택자에게만 신청 자격을 부여하며 투기 수요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송파구 사례에서 보듯,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분양가는 여전히 시장을 유혹하는 강력한 미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라는 제도가 의도치 않게 ‘로또’를 만들어내며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앗아가고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순위 청약 과열 / 출처 : 연합뉴스
결국 정부도 제도 손질에 나섰다. 지난 6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시세 차익이 주변 집값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제도 개편을 시사했다.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은 ‘개발이익 환수’다. 분양가 상한제의 틀은 유지하되, 당첨자가 얻는 과도한 시세차익의 일부를 공공이 거둬들이는 방식이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를 유지한다면 이익 환수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 등에 활용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최대 10년이었던 전매제한과 최장 5년의 실거주 의무 기간을 다시 강화해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과열된 청약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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