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대규모 업데이트 /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인구의 94%, 약 5,200만 명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최근 들끓고 있다.
지난 23일, 카카오가 무려 15년 만에 단행한 역대급 업데이트가 이용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5,0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은 단순한 소통 도구를 넘어 하나의 사회 인프라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메신저 기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카카오는 종합 생활 플랫폼, 이른바 ‘슈퍼 앱’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카카오톡 대규모 업데이트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개편은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인공지능(AI)과 소셜미디어 기능을 통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카카오의 전략적 승부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친구 목록 화면이다. 기존의 간결한 리스트 형태 대신,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가 인스타그램처럼 피드 형식으로 펼쳐진다.
또한, 대화 내용을 요약하고 식당 예약까지 돕는 인공지능 비서 ‘카나나’를 도입하고, 채팅방을 주제별로 묶는 ‘폴더 기능’, 숏폼 영상 공유 기능 등을 추가했다.
카카오톡 대규모 업데이트 / 출처 : 연합뉴스
카카오의 야심 찬 포부와는 달리 사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장 큰 불만은 메신저 본연의 기능을 해친다는 점이다.
직장인 A 씨는 “업무상 맺어진 사람들의 사소한 프로필 변경 내역까지 원치 않게 봐야 하는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친구 목록을 확인하려다 의도치 않게 타인의 사생활을 접하게 되는 ‘SNS 피로감’이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피드 중간에 친구 게시물과 비슷한 크기로 노출되는 광고는 거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용자 B 씨는 “친구 목록에 광고 계정이 떡하니 올라와 있어 황당했다”라고 불평했다.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업데이트를 피하기 위해 ‘자동 업데이트 끄는 법’이 빠르게 공유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카카오톡 대규모 업데이트 /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내부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와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우리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든 게 아니다”라며 이번 개편이 특정 임원의 독단적인 지시로 진행되었음을 암시했다.
심지어 “이렇게 될 줄 몰랐느냐, 회사가 망하기 전에 떠나야 하나 싶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며 내부적으로도 이번 개편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음을 짐작게 했다.
이용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일방적인 개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카카오가 민심을 되돌릴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