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기술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좌) 뉴스1 (우)
한때 회사의 핵심 인력이었던 이들이 이제는 비수를 꽂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전직 임원과 연구원들이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고 경쟁국에 핵심 기술을 넘긴 혐의로 잇달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로 인한 피해액은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삼성전자 전직 임원과 연구원 등 3명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중국의 신생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로 이직한 뒤, 불법으로 빼돌린 삼성의 18나노 D램 공정 기술을 이용해 중국 최초의 D램 개발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심각한 기술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이 기술은 삼성이 1조 6천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국가 핵심 기술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삼성전자의 실제 제품을 분해하며 빼돌린 자료를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제조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그 대가로 삼성 재직 시절 받던 연봉의 3배에서 5배에 이르는, 최대 30억 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입은 직접적인 매출 감소액만 지난해 기준 5조 원에 달하며, 앞으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심각한 기술 유출 / 출처 : 뉴스1
이러한 기술 유출은 비단 반도체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 사건 27건 중 20건(약 75%)이 중국으로 향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8건 중 5건이 중국 관련 사건으로,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 전반이 산업 스파이의 표적이 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최근 5년간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약 23조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문제는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적발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 드러난 피해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크다.
더 큰 문제는 힘들게 범인을 잡아도 처벌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한 경제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의 1심에서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된 비율이 무려 87.8%에 달했다.
심각한 기술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심지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을 통째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임원이 5000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기도 했다.
이처럼 범죄로 얻는 이익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 보니 기술 유출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은 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다스리고 미국은 최대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우리 정치권에서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