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가격 정책 / 출처 : 뉴스1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를 상대로 삼성전자가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내놓으며 정면 승부를 선언한 것이다.
핵심은 바로 차세대 기술인 ‘2나노 공정’의 가격이다.
업계에 따르면, TSMC가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반도체 원판(웨이퍼) 한 장의 가격을 약 3만 달러(약 4,200만 원)로 책정한 반면, 삼성전자는 이를 약 2만 달러(약 2,800만 원)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쟁사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매우 공격적인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가격 정책 / 출처 : 뉴스1
삼성전자가 이처럼 가격 경쟁에 나선 배경에는 이전 3나노 공정에서의 부진이 있다.
당시 삼성은 기술 개발에서는 앞서갔지만, 수율(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을 안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애플, 엔비디아와 같은 핵심 고객사들을 TSMC에 내주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최첨단 반도체 시장은 TSMC가 주도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어섰다.
특히 AI 칩에 필수적인 3나노 이하 미세공정 분야에서는 사실상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격 정책 /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독보적인 기술력과 안정적인 생산 능력은 TSMC가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2나노 공정에는 한 대당 5000억 원이 넘는 초고가 장비가 필요하며, 이러한 막대한 투자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애플, 엔비디아 같은 대기업들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공급받기 위해 TSMC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TSMC의 생산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모든 고객사의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위해 TSMC 외에 다른 공급처를 찾기 시작했으며, 바로 이 지점이 삼성전자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격 정책 / 출처 :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가성비’ 전략은 최근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 생산 계약을 따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삼성의 2나노 기술력이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고객사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약속한 성능과 수율을 꾸준히 증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2나노 공정의 수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전략이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