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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36조 투자에 포드·GM 충격

by 이콘밍글

현대차·기아, 미국 픽업 시장 정조준
친환경 전동화 모델로 과점 시장 돌파 시도
2030년까지 중형 픽업 본격 출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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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크루즈/출처-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픽업트럭 시장을 정조준하며 전기차 및 중형 픽업 모델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기존 미국 브랜드가 과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친환경 트렌드를 기회 삼아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중형 픽업트럭을 출시할 계획이며 기아는 신규 전기차 플랫폼 기반 전동화 픽업 모델을 준비 중이다.


美 픽업 시장, 점유율 90% 차지한 빅4 틈새 공략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픽업트럭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경유 선임연구위원은 “수익성 향상을 위해 대형 SUV 다음으로 남은 시장이 픽업트럭”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에서 싼타크루즈 한 종의 픽업트럭만 판매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두 탑재 가능한 중형 픽업을, 기아는 전기차 플랫폼 기반의 전동화 픽업을 각각 준비 중이다.


양사는 나란히 북미 시장을 겨냥한 신차 출시 계획을 공식화하며 기존 싼타크루즈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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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크루즈/출처-현대차


이들 전략의 배경에는 미국 시장 내 픽업트럭의 고수익 구조가 있다. 픽업트럭은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20%를 차지, 중소형 승용차에 비해 높은 판매 단가와 수익성을 자랑한다.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작년 미국에서 판매된 픽업트럭은 총 285만 3786대로 전체 차량 판매량의 17.9%를 차지했다.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04만 68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하며 18.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다만 GM, 포드, 스텔란티스, 도요타 등 4개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경쟁은 치열하다.


2024년 기준으로 GM은 점유율 35.6%(101만 5840대), 포드는 30.9%(88만 3207대), 스텔란티스는 13.9%(39만 7888대), 도요타는 12.3%(35만 2341대)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는 최근 4년간 1% 안팎의 점유율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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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C 픽업트럭/출처-연합뉴스


이 같은 과점 체제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기술력과 친환경차 역량을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미국에 36조 원 투입…현지 생산 기반 강화


현대차는 2028년까지 4년간 미국에만 260억 달러(한화 약 36조 459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내용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호세 무뇨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직접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는 제철소 신설, 자동차 생산 능력 확충, 로봇 공장 설립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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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크루즈/출처-현대차


현대차는 픽업트럭뿐 아니라 상용차와 자율주행, 물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대표적으로, 2030년까지 중형 픽업트럭을 현지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며 전기 상용 밴과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등도 미국 생산을 추진 중이다.


한편, 현대차는 GM과의 협력을 통해 5개 차종의 공동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중형 픽업, 소형 SUV·승용차·픽업과 함께 북미 시장을 위한 전기 상용 밴이 포함돼 있다.


해당 차량들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 대 이상의 생산·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픽업 판매 급증…현대차에 기회 될까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미국 내 친환경 픽업트럭의 빠른 성장세와도 맞닿아 있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 픽업트럭 판매량은 2021년 4만 6281대에서 2022년 11만 1737대, 2023년 17만 709대, 2024년 28만 950대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21만 1947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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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F-150 하이브리드/출처-연합뉴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포드의 북미 하이브리드 판매 대부분이 픽업트럭인 매버릭과 F-150 모델에 집중돼 있다”며 “현재 내연기관만 있는 싼타크루즈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될 경우 주목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 자동차융합기술원 이항구 원장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미국 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현지 브랜드와 차별화하려면 전기 구동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유통’까지 확장…아마존 통해 차량 판매


현대차는 유통 채널 확대를 통한 판매 기반 확장에도 나섰다. 지난 1월부터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아마존 오토스’ 플랫폼을 통해 차량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미국 내 현대차 딜러 중 약 41%가 해당 플랫폼에 입점해 있으며, 이를 통해 신규 고객층 유입 효과도 보고 있다. 기존 현대차 웹사이트를 찾지 않았던 고객들도 아마존을 통해 차량을 검색·구매한 사례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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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GM 차량 5종 공동개발/출처-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미국 현지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기술 협업, 생산 확대, 유통 다변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형 전동화 픽업트럭 중심의 북미 시장 재도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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