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과오납 / 출처 : 연합뉴스
동네 마트 계산원이 실수를 너무 자주 해, 5년간 손님들에게 743억 원을 더 받고 나중에야 이자까지 쳐서 돌려줬다면 어떨까. 황당하지만 지금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세무 행정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정부를 믿고 꼬박꼬박 세금을 낸 국민들은 ‘혹시 내 돈도 잘못 낸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행정기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방세 과오납 / 출처 : 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이 지난 28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는 충격적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지자체가 행정 착오로 잘못 걷었다가 국민에게 돌려준 지방세(과오납 환급액)가 무려 743억 9천만 원에 달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환급액은 184억 원을 넘어, 전년 대비 약 40%나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잘못 걷은 세금을 돌려주며 지급한 이자, 즉 ‘환급 가산금’이다.
이렇게 5년간 낭비된 이자만 17억 4천만 원이 넘는다. 이 이자는 결국 나와 내 이웃이 낸 소중한 세금, 즉 ‘혈세’로 메워졌다. 행정기관의 실수가 불필요한 세금 낭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세 과오납 /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세금 환급액의 60% 이상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고 세금 규모가 큰 만큼, 공무원의 작은 실수가 수백, 수천만 원의 과오납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과오납의 주된 원인은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세법을 행정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행정 착오’다.
예를 들어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누락하거나, 이사 때문에 생긴 일시적 2주택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취득세나 재산세를 잘못 부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세무 행정의 가장 기본인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세 과오납 / 출처 : 연합뉴스
‘혹시 나도?’라는 생각이 든다면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정부의 실수를 마냥 기다릴 필요는 없다.
지방세 납부 사이트인 ‘위택스(WeTax)’나 모바일 앱 ‘스마트 위택스’에 접속하면, 내가 돌려받을 ‘잠자는 세금’이 있는지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다.
김성회 의원은 “세무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과오납이 반복되고 환급 이자까지 혈세로 메우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시급히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을 거래했거나 상속, 증여 등 변동 사항이 있었다면 반드시 환급금을 조회해 볼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