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실질소득 증가율 / 출처 : 연합뉴스
“월급이 올라도 숨만 쉬는데 돈이 나가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이라는 한 20대 청년의 처절한 한탄이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10년간 20대 청년층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전 세대 중 꼴찌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번듯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저임금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치솟는 밥값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청년들의 고통이 ‘N포 세대’를 넘어 ‘방문 걸어 잠그는 세대’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년층 실질소득 증가율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최근 10년간 20대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연 1.9%로, 60대 이상(5.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겉보기엔 청년 고용률이 오르고 실업률이 낮아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참담하다. 질 좋은 일자리는 줄고,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비율만 10년 새 11.1%포인트나 급증했다.
당장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는 있지만, 월급은 제자리걸음이고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미래를 꿈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청년층 실질소득 증가율 / 출처 :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르는 가파른 물가 상승이 청년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많고 사회생활이 활발한 20대에게 외식비와 배달 음식값 폭등은 직격탄이 되었다.
지난 5년간 20대의 명목 소득 증가율은 연 4.0%였지만, 이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연 2.8%에 달했다.
월급 10만원이 올라도, 점심값과 교통비, 월세가 15만원 오르는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겉보기엔 돈을 벌고 있지만, 실질적인 생활은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팍팍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청년층 실질소득 증가율 /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은 단순히 한 세대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안정적인 소득 기반 없이는 연애, 결혼, 출산은 물론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를 낳았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와의 연결고리마저 끊어버리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경협 관계자는 “청년층의 실질소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노동시장 정책과 함께, 외식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요즘 젊은 애들은 노력을 안 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들이 처한 구조적 어려움을 이해하고 사회 전체가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청년들이 희망의 사다리에 다시 올라탈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