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현지화 논란 / 출처 : 연합뉴스
“한국 시장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겠다.”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가성비의 상징이 된 샤오미가 한국 시장에 대한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제품의 핵심 기능은 국내 실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샤오미가 국내에 출시한 TV 제품군에는 소비자가 쉽게 알아채기 힘든 함정이 있다.
샤오미 현지화 논란 / 출처 : 연합뉴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UHD TV’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모든 제품이 우리나라 지상파 UHD 방송을 직접 수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UHD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면 엄밀히 말해 TV가 아닌 UHD 화질을 구현하는 모니터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샤오미 측은 제품 설명 페이지 구석에 작은 글씨로 ‘지상파 UHD 방송 신호 직접 수신 불가’라는 문구를 넣어두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인지하기 어려운 ‘면피용’ 조치에 가깝다.
샤오미의 소비자 오인 문제는 무선 청소기에서도 반복된다. 대부분의 가전 회사는 청소기의 흡입력을 국제 표준 단위인 ‘와트(W)’ 혹은 ‘에어와트(AW)’로 표기한다.
샤오미 현지화 논란 / 출처 : 연합뉴스
이 단위는 실제로 공기와 먼지를 빨아들이는 힘을 나타내기에 소비자가 성능을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샤오미는 ‘파스칼(Pa)’이라는 생소한 단위를 사용한다. 파스칼은 기기 내부의 압력 차이, 즉 진공도를 나타내는 단위일 뿐 실제 청소 성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
숫자가 와트보다 훨씬 크게 표시되기 때문에 흡입력이 월등히 강력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파스칼로 흡입력을 광고한 중국산 제품들을 국제 표준인 와트(W)로 다시 측정했더니 실제 흡입력은 삼성, LG 등 주요 제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샤오미 현지화 논란 / 출처 : 연합뉴스
논란이 확산하자 샤오미코리아 측은 뒤늦게 “청소기 흡입력 표기를 국제 표준에 맞춰 바꿀 예정”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샤오미는 분명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4년 말 한국 법인을 세우고 서울의 중심지인 여의도 IFC몰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을 한국에 가장 먼저 출시하고, 티머니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 협력을 추진하는 등 현지화 노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보가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제품의 핵심 기능부터 한국 실정에 맞춰야 진정한 현지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