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한국 기업 규모 / 출처 : 연합뉴스
“우리 아들딸들이 갈 좋은 직장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한 부모의 한숨 섞인 한마디가 대한민국 경제의 아픈 현실을 꿰뚫는다.
한때 ‘성장 신화’를 자랑했던 한국의 기업들이 10년 가까이 쪼그라들면서 경제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회사를 키워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기보다, 이자 갚기에도 급급한 ‘좀비 기업’만 늘어나는 현실. 이는 곧바로 우리 자녀 세대의 일자리 소멸이라는 암울한 미래로 이어지며 부모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줄어드는 한국 기업 규모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기업 성장생태계 진단과 과제’ 보고서는 충격적인 수치들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한 곳당 평균 종업원 수는 2016년 43명에서 2023년 40.7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단순히 공장 자동화 때문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성장 사다리’가 붕괴하면서, 고용 규모가 큰 알짜 기업 대신 소규모 회사만 늘어난 결과라는 게 대한상의의 분석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감소세다. 종업원 50명에서 299명 규모의 기업 수는 지난 10년 가까이 꾸준히 줄어 500개 넘게 사라졌다.
부모 세대는 작은 회사에 들어가도 회사가 성장하며 함께 클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우리 자녀 세대는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조차 힘겨워진 것이다. 경제의 튼튼한 허리가 사라지면서 좋은 일자리 역시 소멸하고 있다는 명백한 경고등이다.
줄어드는 한국 기업 규모 /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커야 할 자리에,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 못 하는 ‘한계기업’, 즉 ‘좀비 기업’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한계기업의 비중은 2024년 17.1%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스스로 회복할 힘 없이 정부 지원금이나 대출에 의존해 연명하며, 정작 치료만 받으면 건강하게 뛸 수 있는 혁신 스타트업에 돌아갈 소중한 자원을 가로막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금과 같은 축소 지향형 경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현재의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 구조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이 제때 도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기업을 ‘온실 속 화초’처럼 보호하는 현재의 정책 초점을, 거친 환경에서도 거목으로 자랄 ‘야생의 소나무’ 같은 기업을 골라 키우는 ‘스케일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국가 생산성의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