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로봇 기술 도입 / 출처 : 연합뉴스
“일할 사람이 없다”는 대한민국 제조업 현장의 절규가 마침내 끝을 보일까. 젊은이들은 떠나가고 숙련공들은 늙어가는 조선소에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영화에서나 보던 로봇들이 춤추고 문을 여는 수준을 넘어, 사람을 대신해 불꽃 튀는 용접을 해내는 진짜 ‘일하는 로봇’이 등장하며 산업 현장이 들썩이고 있다.
제조업 로봇 기술 도입 / 출처 : 연합뉴스
지난달, 삼성중공업의 거대한 선박 건조 현장에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네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 하나가 복잡하게 얽힌 철제 구조물을 성큼성큼 넘어가더니, 수직 벽면에 착 달라붙어 이동하며 용접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KAIST 휴보랩 출신들이 창업한 ‘디든로보틱스’가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디든 30’이 현장 투입 가능성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이 로봇의 비결은 자석처럼 달라붙는 ‘자석발’에 있다.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철제 벽면은 물론 천장까지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며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 구역을 제 집처럼 누빈다.
용접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 추락의 위험이 도사리는 고소 작업 등 그동안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몫이었던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무를 원천적으로 대체할 해결사가 등장한 것이다.
디든로보틱스는 30일, 이 기술을 다음 달 1일 열리는 국제 학회에서 선보이며 본격적인 상용화의 시작을 알렸다.
제조업 로봇 기술 도입 / 출처 : 연합뉴스
지금까지의 로봇이 신기한 동작을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산업 현장에서 돈을 버는 ‘생산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우리 제조업의 명맥을 잇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이번 KAIST 스타트업들의 약진은 ‘K-로봇’이 세계 무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동안 4족 보행 로봇 시장을 독점해 온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에 대항할 강력한 경쟁자가 한국에서 탄생한 것이다.
특히 자석발을 이용해 수직, 수평을 가리지 않고 이동하는 기술은 조선소나 교량 건설 현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로봇 연구의 산실인 KAIST의 기술력이 단순히 논문으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제조업 로봇 기술 도입 / 출처 : 연합뉴스
이 로봇들의 최종 목표는 사람의 조종 없이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완전 자율 보행 시스템’이다. 이는 미래 공장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사람은 안전한 관제실에서 로봇의 작업을 지휘하고, 모든 위험한 현장 업무는 로봇이 알아서 처리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가 아닌 ‘협력’의 관계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로봇은 사람이 하기에 너무 위험한 일, 혹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멈춰있는 일을 대신할 뿐이다. 오히려 로봇을 만들고, 유지·보수하며, 원격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더 안전하고 수준 높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은 “KAIST의 연구 성과가 실험실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