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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천만 시대, "한국 어쩌다"... 진실에 울컥

by 이콘밍글

노인 10명 중 4명은 빈곤
OECD 최고 수준의 빈곤율
초고령사회의 그늘 깊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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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 /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노인 10명 중 4명은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압도적인 수치이다.


노인 인구 1천만 명을 넘어서며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지만, 그 이면에는 위태로운 노년의 삶이 자리하고 있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5년 고령자 통계’는 대한민국의 화려한 성장 뒤에 가려진 씁쓸한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초고령사회 진입, 그러나 웃지 못할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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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 / 출처 :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51만 4천 명으로 사상 처음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3%에 달하며 공식적으로 ‘초고령 사회’의 문턱을 넘었다.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통계청은 이러한 고령화 속도가 계속 빨라져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노년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에 달했다.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살아가는 노인이 10명 중 4명이라는 뜻이다.


이는 OECD 33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불명예 1위 기록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치가 전년보다 0.1%p 상승하며 빈곤의 그늘이 더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자신의 삶과 사회·경제적 성취에 만족하는 고령자는 3명 중 1명(각각 35.5%, 33.2%)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인구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로, 고령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함을 시사한다.


“생활비 때문에”…은퇴 없는 노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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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 / 출처 : 연합뉴스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어.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한 70대 노인의 말은 수많은 고령자들이 처한 현실을 대변한다. 실제로 65세에서 79세 사이 고령자의 절반이 훌쩍 넘는 57.6%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51.3%)였다. 일하는 즐거움(38.1%)이라는 응답도 있었지만, 생계의 무게가 더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가족 구조의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줄었지만, 65세 이상 남성과 여성의 ‘황혼 이혼’은 각각 8.0%, 13.2%나 급증했다. 전체 재혼 건수가 감소하는 추세와 반대로 노년층의 재혼 역시 남성 6.4%, 여성 15.1%로 크게 늘었다.


늘어난 기대수명 속에서 행복을 찾아 나서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노년기에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손에 쥐고…달라진 노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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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 / 출처 : 연합뉴스


암울한 경제 지표 속에서도 노년의 일상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과거의 무기력한 노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령자의 58.0%는 외모 관리를 하고 있었으며, 이는 5년 전보다 11.3%p나 증가한 수치이다. 병원에만 의존하기보다운동 등으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비율(34.5%)도 크게 늘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활용의 증가는 놀라울 정도이다. 고령자의 하루 평균 ICT 기기 사용 시간은 1시간 39분으로 5년 사이 1시간 넘게 폭증했다. 미디어를 활용한 여가 시간 중 동영상 시청 시간은 5년 만에 16분이나 증가하며 TV 시청 외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이처럼 노년층은 건강과 외모를 가꾸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기찬 노력이 가난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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