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 우지라면 재출시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라면에 공업용 소기름을 썼다.” 1989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이 한마디에 국민 라면이었던 삼양라면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추락했고, 삼양은 기나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그로부터 36년, 논란의 중심이었던 바로 그 ‘우지(牛脂) 라면’이 다시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양 우지라면 재출시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지금으로부터 62년 전인 1963년, 삼양식품 창업주 전중윤 명예회장은 쌀을 대체할 주식을 고민하다 일본에서 라면 기계를 들여왔다. 그렇게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바로 ‘삼양라면’이었다.
당시 삼양라면의 특징은 면을 소기름, 즉 ‘우지’에 튀겨냈다는 점이다. 이는 라면 특유의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만들어냈다.
100g 한 봉지에 1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은 짜장면 한 그릇이 20~30원이던 시절, 서민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다. 1989년, 검찰에 “삼양식품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한다”는 익명의 투서가 접수되면서 ‘우지 파동’이 터졌다. 언론은 연일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고, 소비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사실 이 우지는 내장과 사골을 먹지 않는 미국의 기준에 따라 ‘비식용’으로 분류됐을 뿐, 인체에는 전혀 해롭지 않은 식용 기름이었다.
삼양 우지라면 재출시 /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8년이 넘는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삼양식품은 시장 1위 자리를 내주며 깊은 상처를 입었다.
긴 침체기를 겪던 삼양식품을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전 세계를 매운맛으로 열광시킨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의 신화적인 성공 덕분에 삼양식품은 2025년 상반기에만 매출 1조 원, 2분기 영업이익 1200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삼양식품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부수를 던졌다.
삼양 우지라면 재출시 / 출처 : 연합뉴스
오는 11월 초, ‘삼양라면 1963’이라는 이름으로 36년 전 단종됐던 우지 라면을 다시 출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옛 제품을 다시 내놓는 것을 넘어, 과거의 오명과 상처를 정면으로 돌파해 브랜드의 역사와 정통성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새롭게 돌아오는 ‘삼양라면 1963’은 우지로 튀겨낸 면발로 1980년대의 그 고소한 맛을 재현하고, 소뼈를 우려낸 진한 액상 수프를 더해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는 삼양식품이 이 제품을 자사의 역사를 담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선보이겠다는 뜻이다. 과연 삼양의 ‘우지 라면’이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추억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