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기아 차량/출처-뉴스1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유럽 시장에서 2년 연속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 현지 브랜드의 선전과 함께 중국 업체들의 전기차 중심 공세가 겹치면서, 두 회사는 판매량과 점유율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10월 유럽 시장에서 총 8만 1540대를 판매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줄었다. 이 중 현대차는 0.8% 감소한 4만1137대, 기아는 2.0% 줄어든 4만 403대를 각각 기록했다.
EV3/출처-기아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은 4.9% 성장해 총 109만 1904대가 판매됐다는 점에서, 현대차·기아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10월 기준 양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각각 3.8%(현대차), 3.7%(기아)로, 합산 7.5%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판매량 역시 87만 947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현대차가 1.5% 줄어든 44만 3364대, 기아는 4.1% 줄어든 43만 6115대를 판매했다.
이 같은 실적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간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10월 현대차의 주력 판매 모델은 투싼(9959대), 코나(6717대), i10(3877대) 순으로 집계됐다. 기아는 스포티지(1만 1960대), 씨드(6271대), EV3(5463대)가 주력 차종이었다.
투싼/출처-현대차
친환경차 부문에서도 두 회사 모두 일정 수준의 판매 성과를 보였지만,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대차는 투싼 하이브리드·전기차 모델이 6535대, 코나가 5275대,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가 2704대를 각각 판매했다. 기아는 EV3가 5463대, 니로가 3635대, EV4가 1410대 판매됐다.
그러나 이러한 친환경차 판매량 증가도 전체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부진은 ‘위로는 현지 브랜드, 아래로는 중국 브랜드’라는 구조적 압박 속에서 나타난 결과다.
현대차·기아는 올 들어 유럽 시장 점유율 4위(8.0%)를 유지하고 있으나, 상위권 브랜드들과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니로/출처-기아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1~10월 누적 기준 296만 3187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6% 증가했고, 르노그룹도 같은 기간 111만 6387대를 팔아 7.3% 성장했다. 점유율은 각각 26.9%, 10.1%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두 회사 합산 점유율이 8.0%로, 1위와 3위 업체와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계 브랜드의 추격도 뚜렷하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10월 기준 2만 3860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35.9% 성장했고, 시장 점유율은 1.7%에서 2.2%로 상승했다. BYD는 같은 달 1만 7470대를 팔아 무려 206.8% 증가했고 점유율은 0.5%에서 1.1%로 뛰었다.
1~10월 누적 기준으로 보면 SAIC는 총 25만 250대를 팔아 26.6% 증가했다. BYD는 13만 8390대를 판매하며 28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에도 유럽에서 판매 감소를 경험했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 이후 처음이었다.
올해는 시장 전반이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실적이 하락하고 있어, 경기 요인 외에도 구조적인 경쟁 열위에 처한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현대차·기아가 점유율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유럽 전통 브랜드와 중국 신흥 브랜드 사이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인스터/출처-현대차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속에서, 현대차·기아의 실적 반등 여부는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